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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소득·자산보다 불평등한 금융…“부실대출 위험 저소득층에 집중”

등록 2023-06-07 18:13수정 2023-06-07 18:34

<한국의 금융불평등>
사무금융우분투재단 4주년 기념 정책토론회

금융자산불평등 지니계수가 소득과 자산보다 커
상위 20% 금융자산 집중도 소득과 자산보다 커
최하위계층에 저리 장기융자와 복지정책적 접근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창립 4주년 기념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제공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창립 4주년 기념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제공

불평등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독자라면 소득 불평등보다 자산 불평등이 더 심각하다는 것쯤은 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 불평등이 자산 불평등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는 사실은 그리 널리 공유되지 않았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혈관이라고 불리는 금융은 자산과 부채 그리고 접근 기회에서 높은 불평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를 책임자로 한 연구팀은 7일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창립 4주년을 맞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의 금융 불평등’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지니계수로 본 금융자산 불평등이 0.66으로 자산불평등(0.61)과 소득불평등(0.43, 시장소득 기준)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으로 금융자산 지니계수는 2014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특히 지난해 전년도에 견줘 매우 증가했다. 0에서 1 사이 값을 갖는 지니계수는 클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또 자산은 부동산과 금융을 아우르는데 주식과 예·적금, 가상자산 등이 금융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신 교수와 함께 연구팀에 참가한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와 정준호 강원대(부동산학) 교수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상위 20%의 금융자산 집중도는 68%로 소득(47%)과 자산(63%)보다 훨씬 컸다”며 “부채 특히 금융부채의 집중도 또한 2020년 저점 이후 지난해 84%로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금융은 소득계층에 따라 두 가지 속성을 지닌다. 중상위 소득계층은 금융대출을 주로 자산 증식 등의 지렛대(레버리지)로 쓴다. 그래서 대출을 통한 금융 이용자 비율 또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대체로 높아진다. 반면 하위층은 그 비율이 낮고 목적 또한 생계비 조달 비중이 크다. 지난해 기준 연소득 1천만원 이하 가구의 거의 절반이 대출 목적으로 생계비 조달이라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날 “소득 최하위 5%에 속하는 가구의 40%가 부채가 매우 부담된다고 답했지만 최상위 5%는 그 비율이 6%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득이 낮을수록 부채의 규모는 작지만 생계에 큰 부담이 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금융의 역설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신용을 값으로 매기는 금융시장은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문턱이 더 높고 금리 또한 더 높은 현실이다. 상환 능력이 떨어져 연체 및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 비싼 값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상위 5%는 금리가 높은 제2, 3금융권 대출 비율이 13%로 낮지만 최하위 5%는 그 비율이 35%가 넘는다.

부실 대출의 위험도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보여주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저소득층에서 높고 고소득층에서는 낮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소득 대비 대출비율이 높은 고소득자 대출에 대한 규제와 부실 대출의 위험이 집중된 소득 하위 1.5%의 고위험 대출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나머지 소득 하층을 위한 소액 지원을 주로 하는 마이크로 크레딧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고위험군에 속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장기저리 융자를 통해서 다시 사업을 회복시킬 수 있는 메조 크레딧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 교수 등은 특히 소득이 음(마이너스)인 가구가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5.1%에 이른다며 이들 가구는 금융정책이 아닌 복지 정책적 접근으로 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금융불평등 근저에 소득 불평등 확대가 있다며 “금리가 높아지면서 계층별 접근성 격차 문제가 심화하지 않도록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되 약탈적 금융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년과 금융불평등을 중심으로 토론문을 준비한 한영섭 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 소장은 청년을 위한 사회보장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한진 사무금융노조 정책전문위원은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금융 불평등이 본격화했다며 규제를 통한 은행의 공공성 강화를 제안했고, 이효준 서민금융진흥원 노동이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2 금융권 중심으로 저신용 차주에 대한 신규 대출이 축소된 상황을 고려해 “서민 정책금융 공급 확대” 필요성을 말했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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