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은 지역주민 주도의 지역공동체 사업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마을기업 ‘동네국수’의 나눔 행사 모습. 동네국수 제공
헤리리뷰 | 사회적 경제 마을기업 어디까지 왔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 주도의 사업공동체
2013년까지 1000곳 목표 서울 성북구의 마을기업 1호 ‘동네국수’는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동네국수’는 지역에서 홀몸노인 반찬지원 봉사활동을 해 온 성북나눔 회원 중 20여명이 십시일반으로 만들었다. 회원들은 틈새계층 어르신들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보다 더 어렵게 지내는 것을 보고,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해 왔다. 때마침 지난해 초 마을기업 지원사업 공고를 보면서 하영미(37)씨를 비롯해 여러 회원이 발벗고 나서 5개월 만에 마을기업을 세웠다. 창업자금으로는 주민 출자 4300만원, 정부 지원 4700만원, 대출 2000만원 등 모두 1억1000만원이 들었다. ‘동네국수’처럼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지원하고 있는 마을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550곳이 있다. 마을기업은 주민이 공동체를 만들어 지역 특산물이나 자원을 활용하는 주민 주도의 비즈니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말한다. 행안부는 2010년부터 ‘자립형 지역공동체 육성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2011년에는 이를 ‘마을기업 육성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마을기업에 대한 최대 지원금은 첫해 5000만원, 다음해 3000만원이다. 특산품 등 지역자원 활용방식이 66% 현재 ‘동네국수’에는 주민 5명이 근무하고 1명이 시간제로 일한다. 매출은 월평균 600만원 정도이다. 이익금 전액은 지역 홀몸노인 등에게 무료로 국수를 제공하거나 지역 문화예술모임과 손잡고 배뱅잇굿 공연을 보여주는 등 동네의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동네국수는 지난해 행안부 우수마을기업 후보로 뽑히기도 했다. 동네국수 대표를 맡고 있는 하영미씨는 “지역에서 주민이 함께 만들고 수익을 지역에 돌려주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행안부 지원 마을기업에는 지역자원 활용형, 생활지원·복지형, 친환경·녹색에너지형 등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지역 특산품·문화·자연자원 활용사업, 재래시장·상가 활성화 사업, 공공부문 위탁 사업 등의 지역자원 활용형이 66%로 주를 이룬다. 저소득 취약계층·다문화가족 등을 지원하는 생활지원·복지형이 17.3%로 그 뒤를 이었다. 쓰레기·폐기물 처리 및 자원재활용 사업, 태양열·자전거활용 등 녹색에너지 실천사업 등 친환경·녹색에너지형도 16.7%로 비슷한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서울, 부산, 강원 등의 차례로 마을기업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자료를 보면 이들 마을기업은 지난 1년여 동안 3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약 1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치단체 가운데 스스로 마을기업을 만들어가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다. 예컨대 전남 순천시는 시범사업을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조례 제정 등 제도적 지원장치를 마련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환경문제를 풀기 위해 인근 대학에서 유용한 미생물군 제조기술을 배워 만든 자연세제 판매사업장 ‘녹색실버가게’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정확한 상담 받을 수 있는 창구 없어
전북 완주군의 마을기업은 순천시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완주군은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지역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데 이어 민관이 함께 커뮤니티비즈니스(CB) 지원센터를 열었다. 완주의 대표적인 마을기업은 구이면 안덕마을에 있는 한옥 마을센터 ‘안덕파워빌리지’이다. 주민 50여명이 공동 출자해 세운 황토방, 황토찜질방, 농가레스토랑 등에서 월평균 7000만원의 적지 않은 매출을 낸다. 상근 12명, 파트타임 약 50명이 직원으로 일한다.
행안부는 2013년까지 1000곳을 목표로 마을기업을 키울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있는 지원을 강조한다. 김재현 건국대 교수(환경과학)는 “마을기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 모두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책 집행에서 초기에는 혼란이 적지 않았다. 마을기업의 자격조건이나 조직형태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정리가 돼 있지 않아 혼선을 빚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실무자도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지역내 협업·우선구매 기반 정착돼야
동네국수 대표 하영미씨도 처음 마을기업을 만들 때 여러 가지 고충을 겪어야 했다. “비영리단체가 마을기업이 될 수 있느냐고 시나 구청에 문의했더니 서로 답이 다르고, 심지어 같은 기관에서도 나중에 기준이 바뀌기도 했다”며 “많은 마을기업 대표들이 경영 초보자들이니 법인설립부터 회계, 세무, 상표출원 등 다양한 경영이슈에 대해 필요할 때 정확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단일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정책의 개선과 더불어 주체들의 노력과 지역생태계 마련도 중요하다. 임경수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상임이사는 “마을 공동체 비즈니스에 걸맞은 사업거리와 사업전략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해야 하고, 지역의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고객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임 이사는 “마을기업이 만드는 상품과 서비스 수요를 넓히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연대와 공생의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원자재, 중간부품, 완제품 단계에서 서로 협업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지역주민이 이들 제품을 우선구매하는 사회, 경제, 문화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부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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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주도의 사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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