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조합원이 장보기를 하고 있다. 생협 조합원들이 일반인에 비해 다른 사람을 좀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생협 조합원 의식조사 결과
상부상조는 협동조합의 핵심적인 정신이다. 서로 돕다보면, 다른 사람의 고마움을 느끼고 함께 살아야 하는 사회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회 전체의 신뢰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다. 믿음이 있는 사회는 상대의 의도나 계략을 탐색하느라 신경쓰고 돈 낭비하는 일이 줄어든다. 믿음이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신뢰자본’이란 말이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먹을거리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소비자생협의 조합원이 12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매출액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비자생협을 이용하는 조합원들이 일반인에 비해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의 수준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협동조합 본래의 정신과 조합원의 의식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쿱생협 회원 3천여명 대상 설문
아이쿱생협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3000여명의 조합원(인터넷 이용 조합원 1511명, 매장이용 조합원 15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2006년, 2009년에 이어 세번째인 이번 조사는 비슷한 항목과 문항을 매번 조사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합원의 의식과 소비생활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사회적 자본의 구성요소 중 호혜성에 대한 인식으로 ‘사람들이 나를 공정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는 응답률은 매장 이용 조합원의 경우 78.4%로 나타났다. ‘기회가 생기면 나를 이용하려 들 것’이라며 불신을 내비친 응답은 21.6%였다. 인터넷매장 이용 조합원 설문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69%와 31%로 나타났다.
매장 이용자가 일반인보다 15%p 높아
이번에 함께 조사한 일반인의 경우 ‘공정하게 대한다’는 응답은 63.4%였고, ‘이용하려 들 것’이란 응답은 33.7%였다. 생협 매장을 찾는 조합원이 다른 사람에 대해 갖는 신뢰도가 일반인보다 15%포인트 정도 높음을 알 수 있다.
2005~2006년에 이루어진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의 54%가 ‘사람들이 자신을 공정하게 대하기보다는 이용하려 든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미국 38%, 캐나다 33%에 비해 높은 것으로, 우리 사회의 신뢰성이 낮음을 보여줬다. 이번 조사에서는 여기에 견줘봐도 생협 이용 조합원의 신뢰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를 측정했을 때는 기존 조사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가족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96%였고, 친구는 87%인 반면, 다른 종교인 23%, 외국인 14.3%, 처음 만난 사람 9% 등이었다. 가족과 타인의 차이가 클수록 신뢰 수준이 낮았다. 2005년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한국인은 가족에 대한 신뢰가 99%였고, 타인에 대해서는 13%만이 신뢰한다고 했다.
생협·신뢰 상관관계는 추가분석 필요
일반적인 신뢰에서는 의미있는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지만, 호혜성 인식에서 생협 조합원이 일반인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나온 이유에 대한 분석은 엇갈릴 수 있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신뢰도가 높은 사람이 생협에 가입하는지, 혹은 생협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향상시키는 것인지 상호관계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생협 조합원들은 윤리적 소비나 공정무역처럼 협동조합의 정신과 맥이 통하는 활동에 대해 높은 인지도를 보여줬다. 응답자(매장 조합원)들은 생협이 윤리적 소비를 자신의 중요한 존재 이유(정체성)로 삼는 데 대해 81%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는 3년 전 조사의 73.9%보다 증가한 것이다. 또 75%의 조합원이 공정무역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윤리적 소비·공정무역 인지도도 높아
또 친환경 무상급식과 관련해 87%의 응답자가 ‘학교 급식 재료는 가능한 한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을 써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런 응답 비율은 2009년 조사에 비해 8.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번에 함께 조사한 일반인의 경우 이 응답 비율이 48%에 그쳤고, 국산이면 친환경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비율이 41%에 이르렀다.
주요한 사회적 의제들을 일반인과 매장 이용 조합원을 비교한 결과도 흥미롭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매장 조합원은 81%가 찬성하고 2.5%가 반대했다. 반면 일반인은 찬성 비율이 45%, 반대가 26%로 차이를 보였다.
원전을 폐기하고 탈원전 사회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매장 이용 조합원은 80%가 찬성하고 2.2%가 반대했는데, 일반인은 60%가 찬성하고 4.8%가 반대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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