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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지구촌 10억 조합원들, 기후변화 대응 앞장선다

등록 2014-12-30 10:39수정 2014-12-30 14:19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12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 협동조합 방식의 협력적 솔루션을 제안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4월 정식 개장한 아이쿱 구례 자연드림파크 전경. 아이쿱생협 제공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12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 협동조합 방식의 협력적 솔루션을 제안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4월 정식 개장한 아이쿱 구례 자연드림파크 전경. 아이쿱생협 제공
협동조합의 새로운 도전 ‘기후변화’
우리는 책과 영화를 보면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간접 경험한다. 1000만 관객이 본 영화 <인터스텔라>는 기후변화로 기상이변, 식량위기 등 인류가 미래에 겪을 재앙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로 황폐해진 지구에 유일하게 남은 작물은 옥수수뿐이다. 먼지가 뿌옇게 쌓인 식탁 위에는 구운 옥수수, 찐 옥수수, 옥수수 푸딩, 옥수수빵이 전부다.

비단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전세계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의 재앙의 모습에 동의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11월 내놓은 ‘제5차 기후변화 평가 종합보고서’는 금세기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줄이지 않으면 폭염·홍수·연안침식으로 인명과 재산피해, 공공서비스 기능 정지, 식량과 물 부족 사태, 질병과 사회적 갈등 증가 사태가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ICA, 기후변화회의에 의견서 제출

이처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협동조합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협동조합은 이미 세계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60만개 협동조합에 10억명의 조합원과 고객, 2억5000만개의 일자리가 있으며, 연 매출 3조달러, 총자산은 200조달러에 이른다. 협동조합은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에 나름의 방식을 만들어왔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1일부터 2주 동안 페루 리마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 협력적 솔루션을 제안했다. 아이시에이 지속가능성자문그룹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협동조합의 도전 의견서’를 내놓았다.

아이시에이의 의견서를 보면, 세계 곳곳에서 여러 협동조합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거나 적응하는 활동들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업종도 운송업, 농업, 에너지업, 주택업, 소매업 등 다양하다. 운송업에는 캐나다 밴쿠버의 모도(Modo)카셰어링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모도는 1997년 차량 2대, 16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약 1만1000명의 조합원이 365대의 차를 공유한다. 조합원들의 연간 평균 운행거리가 모도 가입 전에는 1년에 평균 6000~2만㎞였는데 가입 후에는 1400㎞로 크게 줄었다. 모도는 조합원 거주지, 차량 주차지 등을 통합 전산관리해 전문성과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12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 협동조합 방식의 협력적 솔루션을 제안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4월 정식 개장한 아이쿱 구례 자연드림파크 물류센터 지붕의 태양광발전소 모습. 아이쿱생협 제공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12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 협동조합 방식의 협력적 솔루션을 제안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4월 정식 개장한 아이쿱 구례 자연드림파크 물류센터 지붕의 태양광발전소 모습. 아이쿱생협 제공

코오페도타, 세계 첫 탄소중립커피 인증

농업에는 코스타리카의 고품질·친환경 커피를 생산하는 코오페도타(Coopedota)협동조합 등이 있다. 코오페도타협동조합은 건조 과정에 쓰이는 연료의 95%를 커피열매 수확과정에서 생기는 곁가지와 껍질로 대체했다. 에너지 관리 프로그램과 소규모 커피 가공시설을 마련해 전기 사용량을 절반 이상 줄였다. 커피의 생산·운송·판매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현저히 줄여 2009년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커피’로 인증을 받았다.

소매업에는 자사 제품과 물류센터를 위해 태양광발전과 지열 에너지에 투자한 한국의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등이 있다. 올해 4월 정식으로 문을 연 아이쿱생협의 구례 자연드림파크는 태양광과 지열로 전기를 생산해 화석연료 사용을 크게 줄였다. 또한 아이쿱생협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화학비료와 사료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대신 축산과 경작으로 물질 순환을 지향한다. 농작물을 가축의 사료로 하고 그 사료를 먹은 가축의 분뇨를 다시 농작물의 거름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밖에 에너지업에는 바이오가스 발생 장치로 동물 배설물을 신재생 전기로 재활용하는 협동조합, 금융업에는 저연비 차량에 대출금리를 우대해 주고 소기업들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신용협동조합이 눈에 띈다. 주택업에는 목재 펠릿 보일러와 태양열 온수 시스템을 설치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줄인 주택협동조합 등이 있다. 기타 업종에는 재활용품을 수집해 바이오 디젤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협동조합 네트워크,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탄소 중립적 지역 개발을 추구하는 도시재생 전문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노동자협동조합, 3000개 병원에서 사용하는 탄소 발자국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의료협동조합 등이 있다.

지역사회서 창조적 대안으로 역할 넓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일찍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동조합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2008년 협동조합의 날 메시지에서 “협동조합은 지역의 경제, 사회가 포용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고… (중략) …환경의 지속성과 탄소 중립 등의 영역에서도 창조적 방안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말처럼 10억명이 함께하는 협동조합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탄소배출량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황폐한 지구를 살릴 방법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우리에게 지구를 떠나지 않고 인류를 지켜낼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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