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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비정규직 줄면 청년고용도 줄어든다?…일자리 딜레마를 어쩌죠

등록 2017-09-25 13:51수정 2017-09-25 18:01

[헤리의 눈]
비정규직 문제 ‘노사 간-노노 간’ 이해 얽혀
정규직 전환은 청년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도
공정채용과 ‘비정규직 제로’ 정책 상충 불가피
관건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임금체계 개편

지난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발표했다.
지난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발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1호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첫 외부일정도 인천국제공항공사 방문이었고 이 자리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제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정책의 성격상 노-사 간, 노-노 간 이해관계가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이를 위한 치밀한 논의와 절차가 준비되어 있는지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도 적잖다. 최근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이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 14일 민간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진보·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국정과제 1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연착륙 방안’ 토론회의 논의를 토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본다.

청년 일자리, 공정채용과 비정규직 전환 간 충돌 불가피

공공부문에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를 떼면 다수가 선호하는 일자리로 승격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대로 이 일자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채워질 경우 청년을 위한 기회의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다. 공정성 회복을 위한 정책이 또 다른 절차적 불공정성을 야기하는 역설이 나타나는 셈이다. 국공립학교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둘러싼 기간제 교사와 교사 임용고사 준비생 간의 갈등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현실에서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갈등은 정부가 지난 7월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이미 예고되었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청년들이 선호하는 업무는 공정채용이 요구된다. 즉, 경쟁 방식에 의한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비정규직에게는 가점 부여, 제한경쟁 등 일정한 보호장치를 두도록 했다.

여기서 공정채용이 원칙인 청년선호 일자리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공공부문의 안정된 일자리는 대부분 청년선호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규정이 과도하게 적용되면 전환 대상 비정규직이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고 정책 취지가 훼손될 위험성이 적잖다. 이처럼 공정채용 보장 규정과 비정규직 전환 정책은 현실에서 상충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노동계 내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비정규직 당사자가 업무 불성실, 성과 미흡 등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 자동 전환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먼저 자리잡은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 ‘선점주의’로 절차적 공정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입장(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부딪친다. “국책연구원의 연구직 중 상당수는 비정규직인데, 현재는 대부분 인맥 등을 통해 채용하고 있다. 만약 이런 자리들이 정규직으로 바뀐다면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서 수백 대 일에 이를 것”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있다. “지금 정규직에 있는 사람들이 시험 등 선발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이것이 실력을 보여주는 지표인가? 솔직히 말해 운이 7할 이상 작용한 것은 아닌가?”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신랄한 지적이다. 선발고사 등 시험도 본질적으로 공정한 제도가 아니라면 자격 조건을 검증할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 차제에 시험이라는 얄팍한 공정성 잣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공정한 잣대를 확립해야만 청년을 위한 공정채용과 비정규직 전환이 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제도,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인가? 또다른 차별인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정부와 노동계 간 의견 차이가 두드러진 지점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이다. 정부는 자회사 설립 방식에 대해 세 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있는다. 첫째, 공공기관과 안정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 필요. 둘째, 조직 형태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결정. 셋째, 용역계약 형태 운영 지양 등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회사 중 상당수가 세 번째 항목을 결여하고 있어 노동계로부터 또 다른 간접고용 확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상당수의 자회사는 구조조정 및 단기계약, 저임금 사업장 등 이미지가 부정적이다. 따라서 자회사 고용은 회사의 운영 주체가 변경된 것일 뿐 ‘좋은 일자리 전환’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할 자회사에 의한 간접고용 방식이 현장에서 남용될 경우 또 다른 간접고용 문제를 야기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정규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닿아 있다. 즉 무기계약직, 자회사 고용까지 정규직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다. 자회사에 의한 간접고용, 무기계약직화도 정규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무기계약직은 또 다른 차별적 고용형태라는 ‘비판론’이 맞서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대부분인데 자회사를 통해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론의 주요 근거다. 반면 “무기계약직이 기간제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냉정히 보면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에 가깝다”는 비판도 적잖다.

연공서열제 임금체계 개편 필요해

여러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정규직 문제, 임금체계 문제를 풀어야 한다. 비정규직 전환의 구체적 방안을 놓고 이견이 분분한 노동계 내에서도 이 부분만큼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지금의 과도한 연공서열제 임금체계를 직무가치에 따른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직종을 가로지르는 횡단적 임금체계, 개별 기관 수준을 넘어 중앙 단위의 임금교섭 제도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것이 정착될 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확립되고 기관에 따른 편차 해소도 가능해질 것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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