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상반기 내 처리를 목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추진하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법무부 반대에 막혔다. 법무부는 개정안에 대해 정보주체(국민)보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하는 등 위헌 요소를 품고 있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냈다. 두 기관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개보위와 법무부는 현재 개보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이다. 개정안은 개보위가 지난해 12월23일 초안을 내놨고, 현재는 법제처 심사 단계를 밟고 있다. 개보위는 애초 올 상반기 중으로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14일 법무부가 수정의견을 제시한 이후 향후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등 법안 처리 일정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법무부는 개정안이 정보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기업, 공공기관 등) 간 이익 균형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보위가 헌법상 요건인 ‘과잉금지의 원칙’ 중 ‘법익의 균형성’을 잘못 따진 것으로 (법무부는) 판단했다”며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개인이 받을 불이익보다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더 큰지를 봐야 한다. 하지만 개보위는 ‘정보주체의 권리’와 ‘개인정보처리자의 영업적 편익’이라는 사익 간 비교만 했고 그마저도 처리자(기업) 쪽에 기울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주체의 동의권을 없애는 대신 마련한 보완장치가 동의권을 대체할 정도로 강력한지도 의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헌법상 기본권이기에 이를 제한할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의 공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지만 개정안엔 그렇게 볼 근거가 미약하다는 뜻이다.
이런 견해는 새롭지는 않다. 정보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개정안은 물론, 현행법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 바 있다. 현행법의 경우 정보주체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조건 중 ‘과학적 연구’에 상업적 활용도 포함하도록 해석될 수 있는 조항(28조의2)이 줄곧 논란이 돼 왔다. 개정안은 여기서 한 발 나아가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을 위한 조건(15조1항4호)도 완화했다. 구체적으로 현행법은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정보주체와의 계약 체결 및 이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로 한정했으나 개정안은 여기서 ‘불가피하게’란 수식어를 삭제했다.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활용될 여지를 좀더 열어둔 셈이다.
개보위 쪽은 법무부의 이견에 난감한 표정이다. 이병남 개보위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은 “법무부와 잘 협의할 계획”이라고만 말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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