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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졸지에 ‘19금 게임’ 된 마인크래프트, ‘강제 셧다운제’ 뒤흔든다

등록 2021-07-12 04:59수정 2021-07-12 09:10

‘게임 19금 규제’ 재정비 목소리 봇물
MS 로그인 방식 변경 조처로
한국선 미성년자 이용 못하게 돼
각계 “규제 합리적 재정비를” 지적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 갈무리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 갈무리

게임업계가 ‘셧다운제’로 시끌시끌하다. 지난달 말부터 몇몇 의원들이 현행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거나 재정비하자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달 초 ‘초통령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19금화’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2011년부터 시행 중인 강제적 셧다운제는 도입 과정에서도, 제도 운용 과정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청소년 보호와 기본권 침해가 서로 부딪히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마인크래프트 논란으로 다시 한 번 토론의 장이 열렸다. 모바일 산업의 성장과 코로나19를 거치며 달라진 게임의 위상도 엿볼 수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과연 폐지될 수 있을까.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여야 의원들 법안 발의

최근 폐지 혹은 개정 논의가 이뤄지는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보호법 26조로, “인터넷 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새벽 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을 제공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21대 국회에서 셧다운제 폐지의 포문을 연 이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청소년보호법 26조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게임중독 방지와 수면권 보호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제대로 된 효과 없이 산업 분야 위축과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야기한 대표적인 악성 규제”라며 “게임의 문화콘텐츠적 성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다. 마구잡이로 게임을 못하게 막기보다는 게임 속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열린 자세로서 지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짚었다.

지난 5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비슷하다. 허 의원 안은 청소년보호법 26조를 삭제하고, ‘인터넷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인터넷게임 과몰입’으로 바꾸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용어 수정과 관련해 허 의원은 “음식물이나 약물 따위의 독성에 의해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는 의미의 중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게임을 그 자체로 독성을 띤 유해한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최근 중요한 산업 및 문화 콘텐츠로 부상한 게임의 인식과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캔디크러시, 꿈의정원 등 스마트폰 게임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던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개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강 의원 안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규정한 26조는 그대로 두되, 친권자가 요청한 경우 심야 시간 게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단서조항 신설 방식을 제안했다. 전 의원, 허 의원 안보다 한발 물러서서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마인크래프트 19금화’ 막아달라는 청원이 불쏘시개

지난달 말 전 의원이 폐지 법안을 발의했을 때까지만 해도 셧다운제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2일 ‘마인크래프트의 성인게임화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마인크래프트는 온라인 공간에 레고 블럭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는 게임으로, 한 달 이용자 수가 전 세계 1억4천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 5월 청와대가 어린이날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면서 이 게임에 가상 청와대를 만들고 어린이 이용자들을 초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인크래프트 19금화’ 논란은 올 초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진행하는 로그인 방식 변경 조처에서 비롯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게임사 모장스튜디오를 지난 2014년 인수한 뒤,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게임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 쪽이 게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시 보안 문제가 있다며, 그동안 모장스튜디오 계정으로 로그인하던 마인크래프트를 올해 초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을 통해 접속하도록 순차적으로 전환 중이다. 문제는 한국의 셧다운제 법안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2012년부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엑스박스 게임 가입을 19세 이상으로 막아두고 있는 탓에, 계정 통합이 진행되면 그동안 마인크래프트를 즐기던 미성년자 이용자들은 갑자기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 쪽은 “기존 19세 미만 한국 이용자와 신규 19세 미만 가입자를 위한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 중이며, 올해 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강제적 셧다운제 규제를 준수해 16세 미만 청소년은 심야 시간에 게임 이용을 제한하고, 16~18세 청소년은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나이 필터링’을 하는 방식이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마인크래프트 논란 이후 청소년보호법을 관할하는 여성가족부도 제도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성유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관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소년 보호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수면권 보장 위해 도입됐지만…실효성 의문 계속

현재 시행 중인 게임 셧다운제는 두 가지다.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핵심인 청소년 보호법이 정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두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이 규정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게임 이용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본인이나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면 게임물 이용방법과 이용시간 등을 제한한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더라도 선택적 셧다운제는 남으니 셧다운제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셧다운제 제정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04년이다. ‘0교시 자율학습’ 등 청소년 수면 부족 문제가 활발히 논의됐던 당시, 청소년의 수면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게임 셧다운제가 거론됐다. 이듬해인 2005년 7월 김재경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심야 시간에 청소년에게 온라인게임물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했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후 18대 국회에서 김 의원을 포함한 여러 의원이 셧다운제 법안을 다시 발의했고, 2011년 4월 국회를 통과해 그해 11월부터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시행 11년 내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입법 취지처럼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3월 펴낸 ‘2020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아동청소년과 성인 게임이용자 모두 게임이용 시간, 수면 시간의 유의미한 상관성이 도출되지 않았다”며 “효과성 측면에서 셧다운제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도 “셧다운제를 통해 늘어난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1분 30초에 불과했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 2019년 발표했다.

대중문화의 한 장르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의 게임의 의미가 부각된 것도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혹은 재정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배경이다. 익명을 전제로 <한겨레>와 통화한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면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이용자들이 게임을 건강하게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게임회사도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며 “게임 이용 규제가 합리적으로 재정비되고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논의가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13일 국회에서 열릴 허 의원실 주최 셧다운제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는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문제의 소재와 비난의 대상을 혼동한 대표적 사례”라며 “청소년 수면 부족 문제의 주된 원인은 입시 사교육이지만, 비난의 대상을 게임으로 설정해 만든 법이라는 점에서 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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