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상장·상폐 전수조사
시총 10배 증가, 거래쌍 273개 추가
업비트 성공에 상장 경쟁 본격화
투자자 선택 확대, 부실상장 논란도
시총 10배 증가, 거래쌍 273개 추가
업비트 성공에 상장 경쟁 본격화
투자자 선택 확대, 부실상장 논란도
암호화폐(가상자산, 코인)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20년 1월 222조원 수준이던 전세계 코인 시가총액은 8월 중순 약 2200조원으로 10배가량 커졌다. 코로나19 확산 후 코인 상승장이 시작되자 국내 코인 거래소는 공격적으로 상품군을 늘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 4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대상으로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10일까지 코인 상장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지난 10일 기준 업비트(255개), 빗썸(249개), 코인원(198개), 코빗(47개) 순서로 거래쌍(pair)이 많았다. 현재 금융당국 신고 조건을 갖춘 거래소는 4곳뿐이다.
지난 19개월간 네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거래쌍은 476개에서 273개(57%) 늘어 749개가 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장이 급증하면서 거래쌍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1년 넘게 1000만원대 수준을 유지하던 비트코인이 폭등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2020년 1월만 해도 네 거래소 거래쌍의 절반 이상(56%)은 업비트가 차지했다. 업비트의 거래쌍(265개)이 나머지 세 거래소(211개)보다 많았다. 빗썸, 코인원은 이후 적극적으로 상장해 2021년 8월 두 거래소의 거래쌍 비중은 33%와 26%로 크게 늘었고, 업비트는 34%로 줄었다. 코빗은 19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6%로 가장 적다.
거래소로서는 상품 종류가 많을수록 모객에 유리하다. 2020년 1월 104만명, 12월 147만명으로 더디게 늘던 네 거래소의 누적 가입자는 올해 1월 184만명, 4월 571만명, 7월 656만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거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월 거래액은 1월 304조원에서 4월 1319조원으로 3개월 만에 4배가 됐다. 비트코인이 약 40% 폭락한 5월에도 1323조원이 거래됐다. 가격 폭등, 폭락이 일어나면 거래가 늘어 거래소는 돈을 더 번다. 입출금과 거래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781개로 정점을 찍은 네 거래소의 거래쌍은 7월부터 줄고 있다. 거래쌍이 가장 많은 업비트가 지난 6월 32개를 무더기 상장폐지한 게 영향을 미쳤다. 거래쌍이 두번째로 많은 빗썸도 지난달 7개를 한꺼번에 상장폐지했다.
거래소가 거래쌍을 급히 줄이는 이유는 금융당국 신고에 감점 요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은행 실명계좌를 보유해야 신고를 할 수 있는데, 은행연합회는 상장 코인이 많은 거래소는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 6월 금융위는 거래소에 코인 상장 절차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때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전수조사는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가짓수가 아닌 거래쌍 수를 집계했다. ㄱ코인이 원화 마켓과 비트코인 마켓 양쪽에 상장돼 있으면 2개로 계산했다. 비트코인 마켓에선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으로만 다른 코인을 사고팔 수 있다. 사려는 코인 종류가 같더라도 구매수단(마켓)이 다르면 별개의 시장이 된다. 업비트는 원화와 비트코인(BTC), 테더(USDT) 3종, 빗썸은 원화와 비트코인 2종의 마켓을 운영한다. 코인원, 코빗에는 원화 마켓만 있다.
■ 업비트
업비트는 국내에서 ‘코인 대량상장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 중 거래액과 거래쌍 수가 가장 많다. 증권 거래 앱 ‘증권플러스'를 운영하던 두나무는 2017년 10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인이 상장된 미국 거래소 비트렉스와 제휴해 처음부터 115개를 지원하는 업비트를 출범했다. 이미 3~4년간 사업을 해온 다른 국내 거래소의 당시 거래쌍은 많아야 5개 수준이었다.
후발주자 업비트의 대량상장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그해 12월 업비트는 회원 120만명, 일 최대 거래액 10조원을 기록했다. 출범 두달 만에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거래액을 기록했다. 업비트는 초기 정책을 꾸준히 이어갔다. 매달 1~16개 거래쌍을 추가했다. 2020년 11월에는 최대 285개 거래쌍을 지원했다.
이런 흐름은 다음달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바뀌기 시작했다. 업비트는 지난 6월 원화, 비트코인 마켓에서 각각 14개와 18개, 총 32개 거래쌍을 무더기로 상장폐지했다.
특히 람다, 페이코인, 고머니2, 피카 등 7개 거래쌍은 상장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상장폐지해 “애초에 상장 기준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5월 이후 신규 상장이 멈춘 업비트는 8월10일 기준 255개 거래쌍을 지원하고 있다.
■ 빗썸
빗썸은 줄곧 국내 거래액 상위권을 유지했다. 일정 기간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정액 쿠폰이 성공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대량상장한 업비트가 2017년 등장하자, 국내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으로 양분됐다. 곧 빗썸은 매달 약 4~10개씩 코인을 상장하며 코인 상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코인 증가율은 지난해부터 더 가팔라졌다. 2020년 1월 빗썸에서 거래 가능한 거래쌍은 107개였다. 하지만 그해 12월부터 매달 10~20개 거래쌍을 상장해 8월10일 249개로 142개나 늘어났다. 2021년 1월부터는 비트코인 마켓도 열었다. 5개 거래쌍으로 시작한 비트코인 마켓은 이제 71개 거래쌍을 지원한다.
코인 상장 논란으로 검증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종종 나왔다. 일명 ‘빗썸코인’ BXA는 상장 예고 후 중단됐고, 내부자 연루 의혹이 제기된 팝체인은 결국 상장을 취소했다. 상장 30분 만에 10만% 오른 ‘한컴코인’ 아로와나는 시세조종 논란에 휘말렸다.
■ 코인원
2014년 상대적으로 늦게 문을 연 코인원이 주목받은 이유도 상장 덕분이었다. 2016년 국내 최초로 이더리움을 상장했고, 2017년 초 국외에서 인기있던 리플, 퀀텀, 비트코인캐시 등을 빠르게 상장하면서 한때 일 거래액 기준 국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화이트해커 출신인 차명훈 대표는 ‘사기성 코인’은 상장하지 않는다는 보수적인 코인 상장 기조를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투자자에게 권할 수 있는 코인만 엄격하게 상장한다고 밝혀왔다. 실제로 2020년 1월만 하더라도 코인원은 76개 거래쌍만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의 상승장을 기점으로 이런 기조가 달라졌다. 2020년 8월까진 매달 6개 안팎의 코인을 상장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는 매달 11~15개가량의 코인을 상장했다. 현재 코인원에서 거래 가능한 거래쌍은 198개에 이른다. 또한 코인원은 앵커, 폴리곤 등 국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코인을 적극적으로 상장하고 있다.
■ 코빗
코빗은 한국 최초의 코인 거래소다. 2013년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코빗은 네 거래소 중 가장 오래됐지만, 8월13일 기준 일 거래액은 약 417억원으로 업비트(8조7800억원)의 약 0.5%에 불과하다. 국내 거래소 중 상장한 코인 수가 가장 적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넥슨의 김정주 창업주가 2017년 9월 코빗을 인수한 뒤에도 매우 보수적인 코인 상장 정책이 이어졌다. 2020년 1월 거래쌍은 업비트 265개, 빗썸 107개, 코인원 76개였지만 코빗은 28개에 불과했다. 거의 상장하지 않았던 코빗도 2020년 말 상승장에 들어서면서 상장을 조금씩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1~6개씩 상장해 현재 47개 거래쌍을 제공한다.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획취재팀(박근모 정인선 박상혁 함지현 기자, 신재연 박범수 인턴기자) contact@coindeskkorea.com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코인 거래쌍 현황(2020년 1월 ∼ 2021년 8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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