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aetano Cessati/unsplash
국내 주요 네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상장된 코인 340개 중 나홀로 상장된 코인은 22개였다. 나홀로 상장 코인은 전세계에서 딱 한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을 뜻한다. 코인원이 나홀로 상장 코인이 14개로 가장 많았고, 빗썸(6개), 업비트(2개)가 뒤를 이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지난 10일
네 거래소의 상장 코인을 전수조사했다. 이 코인들을 상장한 또 다른 거래소가 몇개인지 코인마켓캡에서 모두 찾아봤다. 거래쌍(마켓별 구분)이 아니라 코인 종류별로 집계했다. 네 거래소에 모두 상장된 비트코인은 340개 중 1개로 계산했다.
나홀로 상장 코인은 상장폐지가 되면 치명적이다. 한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다른 여러 거래소에도 동시 상장돼 있으면 가격에 영향을 덜 받는다. 코인을 다른 거래소로 옮겨도 되고, 시장이 존재하는 한 가격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홀로 상장 코인은 단 한번의 상장폐지로 가격이 0원이 될 수 있다.
거래소 입장에선 단독 상장이지만, 투자자에겐 해당 거래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진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단 한 곳에만 상장된 코인은 상장폐지가 되면 대안이 없다”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코인 개발사나 커뮤니티가 상장처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나홀로 상장은 아니지만 소수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도 많았다. 340개 중 상장처가 10곳을 넘는 코인은 179개였으며, 상장처가 10곳 이하인 코인은 146개였다. 코인마켓캡에 등재되지도 않은 코인은 15개였다. 상장처 확인이 어려운 15개 코인과 10곳 이하로 상장된 코인을 합하면, 전체 상장 코인의 절반(47%)에 가까웠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상장된 코인 340개의 상장 현황.
범위를 케이(K)코인으로 좁혀 보면 상장처는 더욱 줄었다. 법인 설립지와 상관없이 사실상 한국인 임직원이 개발, 운영했으면 케이코인으로 분류했다. 네 거래소에 상장된 340개 중 케이코인은 123개(36%)다. 이 중 상장처가 10곳 이하인 케이코인은 104개에 이르렀다. 반면 상장처가 10곳을 넘는 케이코인은 8개에 불과했다. 상장처 정보가 없는 케이코인 11개를 더하면, 93%(115개)가 상장처가 10곳 이하인 것이다. 코인마켓캡에 등재된 전세계 거래소는 400여개, 코인은 1만1000개다. 지난 5월 정부가 집계한 국내 거래소는 60개다.
상장처가 적은 케이코인도 상대적으로 가격 급등락이 크게 일어나면서 투자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 6월 업비트가 트웰브쉽스를 상장폐지하자, 상장폐지 공지 직전 2.8원이던 트웰브쉽스 가격(코인마켓캡 기준)은 상장폐지 후 0.5원으로 82% 폭락했다. 트웰브쉽스는 당시 업비트를 포함해 단 4곳에 상장된 케이코인이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케이코인을 살펴보면 한 군데만 상장돼 있거나, 국내를 위주로 몇 곳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코인들은 글로벌 시장 여러 곳에 상장돼 있는 코인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져 특정 세력이 시세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과정에서 극심한 가격 급등락이 일어나면서 투자자 손해도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거래소에서 케이코인이 많은 이유는 해외 코인의 국내 진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지혜 헥슬란트 리서치센터장은 “특정금융정보법 때문에 거래소가 코인 상장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외국 코인 팀은 해명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케이코인은 소통이 비교적 잘 되고 여차하면 현장 실사를 할 수도 있어 상장이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획취재팀(박근모 정인선 박상혁 함지현 기자, 신재연 박범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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