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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노사 동수 참여 ‘직장 괴롭힘’ 대응기구 만들자”…네이버, 노사 단체교섭 돌입

등록 2021-10-03 16:45수정 2021-10-04 02:06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사옥 앞에서 네이버 노조인 공동성명이 직원 사망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호성 기자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사옥 앞에서 네이버 노조인 공동성명이 직원 사망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호성 기자

네이버 노사가 최근 단체협약(단협) 갱신을 위한 교섭 일정에 합의하고 창사 이후 두 번째 단체교섭에 들어갔다. 직장 내 괴롭힘과 주 52시간 노동제 위반 등 올해 네이버에서 불거진 노동 문제에 대한 방지책 마련이 논의된다. 카카오처럼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기구 등이 네이버에서도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3일 네이버 노사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지난달 27일 네이버 사쪽은 내부망에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게재하고 노조와의 단체교섭 절차에 착수한 사실을 밝혔다. 노조인 ‘공동성명’(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역시 지난달 30일 전 조합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단체 교섭을 시작하기 위한 공식 절차가 시작됐다”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마무리한 뒤, 우선 교섭 준비가 된 6개 법인(네이버·라인플러스·라인업·엔시시(NCC)·엔아이티(NIT)·엔티에스(NTS))부터 본격 교섭을 시작하게 된다”고 안내했다. 지난 2018년 4월 공동성명 설립 이후 네이버 노사의 두 번째 단체교섭이다.

노조가 조합원에 공개한 잠정 요구안은 크게 △직장내 괴롭힘 예방 및 (대응)조처 신설 △과도한 업무시간 방지를 위한 단협 보강 △계열사 분할·합병·전환배치 시 고용안정 보장 △평가 및 보상방식 개선 △전계열사 공통 복지제도 신설 등이다.

구체적으로 괴롭힘 방지 관련 노사 공동 위원회 설치를 요구안에 담았다. 괴롭힘 예방교육 등을 노사가 함께 운영하고, 괴롭힘 신고에 대한 조사와 후속조처를 노사가 함께 하자는 취지다. 또 주 52시간을 넘긴 격무 방지를 위해 지난 2019년 체결된 단협안의 ‘직원 간에는 업무시간 외 연락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조항을 ‘업무시간 외 연락 금지’ 등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인센티브 책정 등의 기초자료가 되는 성과 평가 등의 근거를 회사가 명확히 공개하고, 계열사 통폐합 등으로 직원이 전보될 경우 업무 전환에 대한 사전 안내·동의절차 등을 강화하는 내용도 요구안에 담았다.

노조의 이런 요구는 지난 5월 네이버 직원이 괴롭힘과 격무를 호소하며 사망한 이후 이뤄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서 회사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이 대거 적발되면서 마련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보고서’ 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이버 본사에서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86억7000여만원의 임금이 체불됐고 이 기간 1053명의 직원이 노동시간 상한을 넘겨 일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노동부 설문에서는 응답자 약 2000명 중 53%가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 46%는 ‘회사에 괴롭힘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담당자가 있는지 여부를 모른다’고 답해 노동자가 피해를 신고할 만한 창구가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달 말 노동부에 적발된 체불액을 직원들에게 정산하는 등 후속 조처에 나서고 있다. 앞서 6월에는 네이버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직원 사망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들에게 해임·감봉 등의 징계 처분을 권고하기도 했다.

노조가 이번 교섭에 괴롭힘 방지 관련 요구를 내건 것은 사쪽의 그간 대응이 부실하다고 봐서다. 사망사건 가해 임원 일부의 징계 의결을 위한 인사위원회가 여전히 열리지 않은 데다, 최근 네이버 공익재단인 해피빈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괴롭힘 문제가 여전하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공동성명이 요구한 노사 동수 직장 내 괴롭힘 대응기구의 출범 여부에 대해서는 아이티(IT) 업계와 노동계 전반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사쪽이 노조 요구안에 합의할 경우, 국내 IT기업 중 카카오에 이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노사의 공동 조사 방침을 단협으로 정한 두 번째 사례가 된다. 향후 스마일게이트, 넥슨 등도 비슷한 내용의 단협 갱신을 회사에 요구할 방침이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공동성명이 준비한 요구안은 (직원 사망사건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고 노동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조항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모든 직원이 몸과 마음 모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진심으로 대화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네이버 쪽은 “아직은 본격적인 협상 전이어서 노조로부터 요구안을 전달받지는 못했지만 성실하게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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