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역대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며 케이(K) 콘텐츠를 전세계에 알린 ‘오징어게임’, 귀여운 시바견, 손을 흔드는 고양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밈(Meme)코인. 밈코인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 등을 의미하는 ‘밈’에 코인을 더한 말이다. 쉽게 말해 재미를 위해 태어난 코인이다.
이런 밈코인은 귀여운 이미지와 더불어 하루가 멀다 하고 널뛰는 가격으로 인해 최근 국내외에서 유행처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물론 밈코인의 가격이 들썩인 이유는 일론 머스크, 스눕독 등 유명인의 영향이 컸다.
밈코인의 대표 주자는 시바견 이미지를 한 ‘도지코인’(Dogecoin)이다. 도지코인은 최근에 등장한 밈코인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라이트코인(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탄생한 코인)에서 파생돼 2014년 등장한 코인이다. 도지코인을 만든 개발자는 처음부터 별다른 쓸모를 생각하지 않고 ‘재미를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도지코인은 탄생부터 ‘밈’이었다. 가격이 오를 이유가 없는 만큼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기가 없었다. 심지어 아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이런 도지코인이 세간의 관심 대상이 된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때문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부터 자신의 트위터에 도지코인을 의미하는 시바견 이미지를 틈틈이 올렸고, 이로 인해 도지코인 가격은 파죽지세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개당 5원에 불과했던 도지코인은 한때 805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가격은 반토막이 나면서 현재 개당 320원 정도에 거래된다.
도지코인이 뜨자 강아지나 고양이 등 동물 이미지를 차용한 밈코인이 연달아 등장했다. 시바이누코인, 도지론마스, 사모예드코인, 진도지코인, 아키타이누, 허스키, 캐츠코인, 케이트코인, 인절미코인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밈코인이 넘쳐나면서 노골적인 사기 사건도 빈번히 발생했다. 대표 사례는 진도지코인(진돗개코인). 도지코인을 패러디해 나온 진도지코인은 개발자가 지난 5월 전체 유통 물량의 15%를 시장에 내다 팔면서 최고가 대비 97% 폭락했다. 곧이어 진도지코인의 웹사이트와 트위터가 폐쇄됐다. 이 과정에서 진도지코인 개발자가 챙긴 이익은 약 20억~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스퀴드게임(Squid Game)코인, 일명 ‘오징어게임’ 코인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겠다며 지난달 26일 개당 약 14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역시 만든 이가 누군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단지 오징어게임 코인이라는 이름만으로 거래가 시작된 지 5일 만인 지난 1일 2428% 상승한 약 340만원까지 갔다.
오징어게임 코인은 최고가인 340만원을 기록한 지 불과 5분 만에 3원으로 내려앉으며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됐다. 진도지코인처럼 웹사이트와 트위터도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오징어게임 열풍에 올라탄 밈코인 사기였다. 누구나 쉽게, 익명으로 코인을 만들 수 있는 블록체인 특성이 밈코인과 결합해 범죄 도구로 이용된 셈이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웁살라시큐리티의 김형우 대표는 “밈코인은 대부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디에도 공개돼 있지 않다”며 “밈코인을 미끼로 투자금을 노리는 사기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근모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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