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모바일게임 ‘리니지W’ 광고 화면. 엔씨 제공
대형게임사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영업이익이 1년 새 각각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연초부터 불거진 국산 게임의 사행성 논란 등으로 신작들이 흥행에 참패한 데 따른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게임머니를 가상화폐로 환전하는 ‘P2E’(Play to Earn·게임으로 돈을 버는) 방식 등을 새 전략으로 내세웠다.
엔씨는 11일 3분기(7∼9월) 매출(연결 기준)이 50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줄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962억원으로 같은 기간 55.8%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증권업계 추정 전망(1270억원 안팎)보다도 25% 정도 작다.
간판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전체 매출의 약 80%가 나오는 리니지는 과도한 현금 결제 유도 등이 논란이 되면서 유저(이용자)가 크게 줄었다.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M’ 매출이 1579억원으로 1년 새 38.7%, 피시(PC) 버전 역시 29.0% 감소했다. 8월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2’의 실적(매출 229억원)도 부진했다.
전날 발표된 넷마블 실적은 감소폭이 더 컸다. 매출(6070억원)은 1년 전보다 5.5% 주는 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266억원으로 69.6%나 감소했다. 지난 8월 홍콩의 모바일 카지노게임 회사 ‘스핀엑스’를 2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투자 지출이 는 영향이 반영됐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기존 게임들의 지표가 하락하고 신작 부진이 맞물리면서 3분기 실적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임사들은 암호화폐 일종인 대체불가토큰(NF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했다. 과도한 과금을 요구하는 ‘P2W’(Pay to Win·돈을 써야 이기는) 방식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감·반감이 커지자, 게임으로 암화화폐 등을 버는 ‘P2E’로 게임 구조를 바꾸려는 전략이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NFT를 게임에 접목하려면 게임 내부의 경제 시스템을 관리·이해하는 경험과 기술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20년 이상 리니지를 서비스해온) 엔씨가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내년 중 NFT와 블록체인이 결합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날 엔씨 주가는 홍 CFO의 ‘P2E 진출’ 발언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전날보다 29.9% 오른 78만6천원으로 장을 마쳤다. 엔씨 주가가 70만원을 넘긴 것은 지난 8월26일 이후 78일만이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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