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사내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으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를 낙점했다. 최근 1년 새 매출이 3배로 뛰는 등 주력 계열사로 성장한 카카오게임즈의 위상 변화를 반영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궁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 등의 신기술이 카카오 전체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지도 주목된다.
카카오는 30일 보도자료를 내어, 12월1일자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를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모바일을 넘어서’(beyond mobile)라는 목표로 카카오의 차기 사업을 연구·발굴하는 조직이다. 이번 인사로 센터장은 기존에 맡아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남궁 대표 두명이 됐다.
남궁 대표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게임 통’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김 의장이 1998년 한게임을 창업했을 때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엔에이치엔 미국(NHN USA) 대표를 거쳐 넷마블의 전신인 씨제이(CJ)인터넷, 위메이드 등 굵직한 게임사들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카카오에는 지난 2015년 카카오게임즈 전신인 ‘엔진’의 대표이사가 되며 합류했다. 첫 직장이었던 삼성에스디에스(SDS) 때부터 김 의장과 함께 일해 김 의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번 인사는 최근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 ‘주력 계열사’ 중 하나로 떠오른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6월 말 출시된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이 흥행하면서 이 회사의 지난 3분기(7∼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0%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카카오의 3분기 매출(연결기준) 4분의 1 이상이 게임 부문에서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는 9월 말 현재 카카오게임즈 지분 약 45%를 들고 있다.
카카오는 보도자료에서 “남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시켰다”며 “남궁 대표는 앞으로 카카오 전 계열사의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총괄한다”고 소개했다.
남궁 대표가 그룹 전면에 나서면서 부각되는 차기 사업으로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NFT, 메타버스 등이 꼽힌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남궁 대표 주도로 이들 영역을 게임에 접목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그는 최근 카카오게임즈 주주 서한에서 “스포츠·게임·메타버스에 특화된 NFT 거래소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새로운 공간이자 새로운 소통의 세계”라며 “게임과 가상 아이돌 등 메타버스 콘텐츠와 자체 경제 모델이 구현된 개방형 플랫폼도 준비 중”이라고 중점 둬 소개했다.
카카오 역시 이들 분야로 사업을 넓힐 기반을 갖추고 있다. 카카오는 계열사 그라운드엑스(X)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과 암호화폐 클레이를 개발한 바 있다. 최근 게임과 함께 카카오 내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메타버스 등과 접목시킬 여지도 크다.
남궁훈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발굴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카카오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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