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천장에 설치된 CCTV.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어린이집에 인공지능 카메라를 설치해 아동학대를 식별하려던 경기 안산시
‘안심어린이집 시스템’ 구축 사업이 개인정보 침해 논란 끝에 중단됐다. 이 사업은 알고리즘 학습 명목으로 어린이들의 얼굴 영상을 민간 개발업체에 넘긴다는 점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부터 시민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16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안산시의회는 최근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시청이 요구한 안심어린이집 사업 관련 예산 61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지난달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4100만원을 삭감한 데 이어, 기획행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각각 1000만원을 삭감했다.
안심어린이집 시스템은 안산시가 관내 어린이집 폐회로티브이(CCTV)를 활용해 아동학대를 실시간 탐지하겠다며 지난 10월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아동이 부정적 감정 표현이나 이상 동작 등을 보이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이를 ‘학대 징후’로 인식해 시청 등에 통보한다는 구상이었다. 애초 안산시는 내년 초부터 어린이집 3곳에 CCTV를 설치해 시범사업을 한 뒤 2023년 전면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회가 제동에 나서면서 사업이 무기한 중단됐다.
시의회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방식에서부터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이 크다고 봤다. 어린이 감정을 식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CCTV에 찍힌 아동들의 영상을 개발 업체에 ‘학습 재료’로 제공해야 한다. 얼굴 영상이 민감한 생체 정보인 데다, 업체의 개발 과정을 시가 일일이 감독할 수 없어 개인정보 오·남용 우려가 제기됐다. 이경애 안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검증 안 된 회사에 내 아이 정보가 축적된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학부모·보육교사 등 ‘현장 반발’도 컸다. 영상에 찍힌 단편적인 동작이나 표정만으로 학대를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사업 중단을 주장해온 보육교사 함미영씨는 “예컨대 아이를 다독이거나 안아주는 등의 행위를 알고리즘이 학대로 인식한다면 무고한 보육교사들이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진 안산시의원(국민의힘)도 “이미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상황에서 (학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CCTV까지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감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안산시가 사업을 접은 것은 아니어서 시민사회와의 갈등 불씨는 여전하다. 안산시는 내년 추가경정 예산 편성 등 시의회에 재차 예산을 요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한겨레>에 “2023년에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계획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사업을 시작할)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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