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CES 센터서 타보니 지하정류장 모델Y 탑승하자 SF영화의 우주선에 탄 듯 2.7km 터널 막힘없이 운행 안전 고려해 속도 56km 제한 교통체증 탈출 꿈이 현실로
5일(현지시각) ‘시이에스(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베이거스 루프’(Vagas Loop) 정류장.
“차가 막혀서 미치겠어요. 터널 굴착기를 만들고 땅을 파서…”(Traffic is driving me nuts. Am going to build a tunnel boring machine and just start digging…)
2016년 12월, 교통체증에 피로감을 느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한 줄의 글을 남겼다. 목적지까지 신호등이 없고, 차선도 하나뿐인 지하터널을 뚫어 꽉 막힌 도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엉뚱한 상상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실현됐다. 5일(현지시각) ‘시이에스(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일대에선 일론 머스크가 구상한 미래 교통수단의 초기 모델인 ‘루프’(Loop)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터널 굴착 회사 ‘보링 컴퍼니’(Boring Company)가 2019년 착공해 지난해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걸어서 총 45분가량이 소요되는 기존 전시관과 지난해 개장한 새 전시관까지의 이동 시간을 약 2분으로 단축시켰다. 컨벤션센터 3곳(웨스트·센트럴·사우스)에 정류소가 있다. 터널 공사에 약 5200만 달러(약 624억원)가 들었다. 테스트 결과 컨벤션센터 일대에 만들어진 루프는 시간당 4400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쪽 주장이다.
걸어서 45분 가량이 소요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전시관 이동시간을 2분으로 단축한 ‘베이거스 루프’(Vagas Loop) 노선.
이날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앞 ‘베이거스 루프’(Vagas Loop) 정류장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자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와이(Y)’와 ‘모델 엑스(X)’ 10여대가 관람객들을 태우는 모습이 보였다. 정류장에는 1~10번의 차량 탑승 장소가 있는데, 목적지로 가는 번호를 찾아 대기 중인 차량에 탑승하면 된다. 센트럴홀 정류소의 경우 1~7번은 웨스트홀로, 8~10번은 사우스홀로 운행하는 식이었다.
‘베이거스 루프’(Vagas Loop) 정류소 3곳을 연결하는 약 2.7㎞의 터널 안.
모델와이 차량에 탑승하자 기사는 ‘웨스트홀로 가는 게 맞냐’며 목적지를 확인한 뒤 운전대를 잡고 베이거스 루프 터널에 들어섰다. 1.7마일(약 2.7km)의 터널은 한국에서 봤던 어두컴컴한 지하 터널과는 전혀 달랐다. 하나의 차선만 뚫린 하얀색의 터널 공간을 테슬라 전기차로 달리는 70초 동안 흡사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에 탑승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만, 교통체증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만큼의 빠른 속도는 아닌 듯 했다. 안전문제를 고려해 시속 56km 이하로 운행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또 일론 머스크는 원래 루프 시스템을 무인 자율주행으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단계에선 사람이 직접 차를 운전하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일론 머스크의 최종 목표는 진공 상태에 가까운 터널 안에 자기부상형 객차를 투입해 운영하는 ‘하이퍼 루프’(Hyper loop)다. 터널 안의 공기를 빼내 고도 60km의 성층권 대기의 공기밀도 수준으로 만든 뒤 전기 모터를 이용해 객차가 공기 저항을 거의 받지 않고 달리는 게 핵심이다. 버진하이퍼루프원 등의 업체가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네바다주 클락 카운티 위원회는 루프 시스템을 매캐런 국제공항부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등을 총 29마일(약 46km) 확장 연결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