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운영사 메타가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 무단 제공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국내에서 메타(옛 페이스북)가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단체 소송을 당하기는 처음이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피해구조 신청자 1인당 30만원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냈지만, 메타는 거부했다.
정보인권 시민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법무법인 지향은 26일 서울지방법원에 메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메타는 2012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6년여 동안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 1800만명 중 33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학력·경력·출신지와 결혼·연애 여부 등)를 제3자인 앱 개발사들에 넘긴 것으로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소송 원고로 참여한 시민 162명은 한사람 당 5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1월 분쟁조정위가 낸 조정안을 메타가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분쟁조정위는 페이스북 회원 181명이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 낸 집단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신청인들의 개인정보가 동의 없이 제3자에 제공됐을 개연성이 상당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메타에 대해서는 ‘1인당 3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제3자에게 제공된 개인정보 유형·내역을 신청인들에게 열람시키라’는 요지의 조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메타가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서 ‘조정 불성립’으로 종결됐다. 앞서 메타는 2020년 11월 같은 사안으로 과징금 67억원을 부과한 개인정보위의 행정 조처에도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낸 바 있다.
원고 쪽은 이번 소송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관행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도록, 현재 원고로 참여한 시민들 외에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원고를 추가 모집할 방침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메타의 위법 사실은 한국 개인정보위 등 국내외 조사기관들의 조사로 여러 차례 확인됐다. 그럼에도 메타가 분쟁조정위 조정을 거부한 것은 자신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소송이)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국내 법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행태를 시정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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