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최대 3억원의 대출에 대해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사내 복지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카카오 본사의 임직원
총 연봉 15% 인상 방침과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의
포괄임금제 폐지에 이어, 파격적인 복지 제도까지 나오는 등 카카오 그룹이 연일 적극적인 ‘내부 다독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카카오의 이런 움직임이 아이티(IT·정보기술) 업계의 처우 개선 경쟁에 불을 붙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부 신뢰회복 3탄, ‘복지 강화’ 20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18일 카카오페이는 회사 내부망에 이르면 다음달부터 적용될 임직원 복지제도 개편 방안을 공지했다. 공지문에는 △대출이자 지원 △카카오페이 포인트 △식대 △연간 리조트 이용횟수 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5월로 예정된 식대 인상을 제외한 항목들은 다음달 시행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이목이 쏠린 항목은 대출이자 지원 확대다. 기존에는 주택임대 대출은 6000만원까지,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매매 대출은 7000만원까지 이자율 2% 초과분에 대한 이자 비용을 지원했지만, 주택매입·임대 무관하게 3억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3억원의 전세대출을 새로 받으려면 대체로 매달 70만원 이상의 이자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에 따라 월 가처분소득이 수십만원 늘 수 있는 셈이다.
각종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카카오페이 포인트와 식대 인상 역시 ‘임금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복지 명목으로 지급되는 카카오페이 포인트가 월 10만포인트에서 30만포인트로 늘어난다. 식대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오른다. 전국의 제휴 리조트는 임직원마다 연 5회(총 약 75만원 상당) 쓸 수 있게 했다.
이 정도 현금성 복지는 아이티 회사들 사이에서 ‘드물게 후한 수준’이라는 평이 나온다. 두나무·토스 등 업계에서 처우가 가장 좋다고 알려진 핀테크 회사들이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원액 상한은 1억원으로 카카오페이보다 적다. 카카오페이가 기존에 제공해오던 ‘3년 근속 시 30일 유급휴가’ 등 휴가 관련 복지도 그대로 유지된다.
카카오의 연이은 처우 개선은 적극적인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류영준 전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 등 일부 임원들의 ‘주식 대량 매도’ 이후 카카오에서는 대내외 신뢰 회복이 큰 숙제로 떠올랐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지난해 11월 상장 때부터 공모 주식 수의 20% 정도를 우리사주조합이 갖고 있어, 주가 하락 등에 따른 내부 실망을 다독이는 데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다.
■“카카오발 ‘처우개선 경쟁’ 가능성 커져” 카카오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처우 개선은 아이티 업계 전반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다른 회사에서도 “그만큼의 인상폭을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는 얘기다. 지난해 여러 회사가 ‘역대급’ 경영 실적을 낸 점도 보상 강화에 대한 주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 카카오의 임금 예산 확충 방침이 알려진 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회사별 게시판 등에는 “카카오 수준으로 처우를 맞춰야 한다”, “우리 회사도 새 보상안을 어서 공유해야 한다”는 아이티 기업 직원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복지 강화안에 대해서도 “(개선폭이) 장난이 아니다”, “‘갓(신·god)카오’다”라는 등의 부러움이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아이티 회사들 사이에서 ‘카카오발 처우 개선 경쟁’이 본격화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개발자·데이터 분석가 등의 인력 공급이 수요에 비해 여전히 크게 부족해, 한 기업이 처우 격차를 벌리면 다른 곳들도 ‘인재 방어’를 위해 비슷한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초에는 게임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연봉 인상에 나서면서 일부 기업들이 신입 개발자 초임을 6500만원 등으로 올리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네이버·스마일게이트·포스코아이씨티(ICT) 등 여러 대기업 노사가 단체협상을 벌이고 있어 이 과정에서 발빠르게 처우를 끌어올리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판교에 본사를 둔 한 아이티회사 관계자는 “업계 특성 상 이직이 워낙 잦은 데다 직원들 간 정보 공유도 빨라, 다른 회사의 인사 제도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카카오의 최근 동향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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