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엠더블유시(MWC) 2022’의 에스케이(SK)텔레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도심항공교통(UAM)을 4차원(4D) 메타버스로 체험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엠더블유시(MWC) 2022’의 메인 전시장 격인 피라 그란비아(Fira Gran Via) 제3홀. 행사장 중심에 위치한 에스케이텔레콤(SKT) 부스는 도심항공교통(UAM)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상현실(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를 쓰고 대형 로봇팔에 탑승해 2분30초 동안 ‘하늘을 나는 택시’를 4차원(4D)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다. 실내 전시장에서 항공기를 띄울 순 없으니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최대한 실제에 가까운 시승 경험을 제공하려는 아이디어였다.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직접 전시를 체험해봤다. 현재 오큘러스 퀘스트2로 제공되는 게임 콘텐츠 등에 견줘 그래픽 수준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회전하는 로봇팔에 앉아 가상현실 영상을 함께 보니 정말 유에이엠을 타고 도시 상공을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날 유영상 에스케이텔레콤 대표 역시 부스를 둘러본 뒤 “(관람객들이) 4차원 체험을 가장 재밌어 할 것 같다”며 이 전시를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올해 엠더블유시에 참가한 국내외 기업들은 가상·증강현실(AR) 등을 포함한 메타버스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이티(IT)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2’와 비교해도 이런 분위기가 뚜렷하다. 시이에스 때도 메타버스가 주요 키워드로 거론되긴 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디지털 헬스케어나 스마트홈·모빌리티 솔루션 등에 밀려 ‘메타버스 열풍’을 체감하긴 어려웠다. 반면,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주축이 된 엠더블유시에선 메타버스 관련 비전이나 사업 계획이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엠더블유시(MWC) 2022’의 에스케이(SK)텔레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로이터 연합뉴스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메타버스 기기가) 요즘의 화두다. 저희도 거기에 대해서 준비를 좀 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오포(OPPO) 등 중국 업체들이 최근 새 증강현실 디바이스를 내놓고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삼성전자는 2014년 ‘기어 브이아르(VR)’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2018년 이후에는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2019년부터 미국 증강현실 기술 업체인 디지렌즈(DigiLens)에 투자를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지난해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가상현실 헤드셋(HDM) 버전을 선보인 에스케이텔레콤 역시 엠더블유시에서 올해 이 서비스를 전세계 80개국에 출시한다는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영상 대표는 삼성전자가 새 메타버스 기기를 준비 중인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에서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파트너가 됐던 사례가 많다”며 디바이스 개발 과정에 협력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메타(옛 페이스북)도 엠더블유시 개막에 맞춰 스페인 최대 통신사 텔레포니카와 파트너십을 맺고 마드리드에 ‘메타버스 혁신 허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곳에선 메타버스 확산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통신 업계가 메타버스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건 이 서비스를 5세대(5G) 이동통신의 핵심 콘텐츠로 여겨서다. 기술적으로 메타버스 대중화는 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확대·고도화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어야 하고, 디바이스에서 현실감 넘치는 고도의 그래픽을 구현하려면 대규모 데이터 전송이 현재보다 빨라져야 한다. 초연결·초저지연을 강조하는 5세대 이동통신 확장과 메타버스의 성공은 상호보완적 관계인 셈이다.
바르셀로나/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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