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케이티(KT) 대표가 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티 제공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넷플릭스·유튜브 등의 망 사용료 분담 방식으로 ‘민관 펀드 조성’을 제시하기로 했다. 실제 이 방안이 실현되려면 각 나라별로 입법 추진 등이 불가피한데, 국내에선 이미 소송전으로 번진 망 사용료 갈등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지에스엠에이 이사회 멤버인 구현모 케이티(KT) 대표는 1일(현지시각) ‘엠더블유시(MWC) 2022’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망 사용료 분담 방식은)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에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돈을 내는 형태가 제일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GSMA) 이사회에서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가량을 발생시키는 빅테크 기업의 ‘무임승차’를 놓고 속을 끓이던 글로벌 통신사들이 컨센서스를 이뤄낸 것이다.
다만, 글로벌 통신사업자 연합체인 지에스엠에이가 합의를 했다고 해서 곧장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으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아내는 것은 아니다. 구 대표는 이사회의 보고서 승인 이후 절차에 대해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해서 당장 (콘텐츠제공사업자의 망 사용료 분담이) 실행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실행은 법을 만드는 국회나 규제기관의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후 대응은) 다음 이사회를 가봐야 구체화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 대표는 망 사용료를 둘러싼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 간 갈등과 관련해 ‘망 이용 대가’라는 용어가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이 콘텐츠제공사업자에게 지불을 요구하는 비용은 ‘망 투자 분담’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망 이용대가라고 표현하니 통신사가 이쪽(일반 소비자)에서 돈을 받고, 저쪽(CP)에서도 돈 받는 거라고 이야기를 한다”며 “정확히 얘기하면 지금까지는 망 투자를 통신사업자 혼자 했는데 앞으로는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도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CP가 망 투자비를 분담하면) 이용자들한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지에스엠에이가 망 사용료 분담 방식의 구체적 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향후 각 나라에선 이와 관련한 정부·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내에선 지난해 6월 넷플릭스가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국회에선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빅테크 기업의 망 사용료 지급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바르셀로나/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