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딜라이트 앞에 걸린 ‘갤럭시 S22’ 광고. 연합뉴스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가 발열을 줄이기 위해 제품의 최고 성능 구현을 제한하는 기능과 관련해 소비자 기만 논란에 휩싸였다. 회사 쪽의 해명에도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유명 아이티(IT) 기기 성능 평가 플랫폼은 갤럭시 S10·S20·S21·S22 시리즈를 차트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2016년 출시한 갤럭시 S7 기종부터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기능을 적용해왔다. 고사양 게임 앱 등을 사용할 때 과도한 발열 현상과 배터리 소모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제품 성능을 일정 수준 이하로 조절하게 하는 기능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게임 앱을 실행하면 이 기능이 함께 활성화돼 초당 화면 프레임 수(주사율)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최대 성능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그동안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최고 주사율과 해상도로 게임을 즐기려는 사용자들은 유료 앱을 다운받아 지오에스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방식 등으로 제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배포돼 갤럭시 S22 시리즈에 기본 탑재된 안드로이드12 기반 원 유아이(One UI) 4.0부터는 지오에스 기능을 우회할 방법이 완전히 막혔다는 게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시속 300㎞ 스포츠카인 줄 알고 (갤럭시 S22를) 샀는데 속도제한이 걸린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논란이 확산되자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이용자 공식 커뮤니티인 ‘삼성 멤버스’ 공지사항을 통해 “이용자들이 지오에스 기능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용자가 ‘성능 우선’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소프트웨어에 기능을 추가한다는 거다.
갤럭시 S10·S20·S21·S22 시리즈 퇴출을 발표한 유명 벤치마크 플랫폼 ‘긱 벤치’(Geekbench) 트위터. 트위터 갈무리
그러나 이용자들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성능 제한이 아닌 소비자를 기만한 문제에 있다며 삼성전자의 해명과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성능을 측정하는 앱(벤치마크 툴)에는 지오에스 기능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벤치마크 툴은 스마트폰의 최고 성능을 테스트하는 만큼 실행될 때 게임 앱 못지않게 제품의 발열과 전력 소모가 생긴다. 게임 앱과 다를 바 없는 벤치마크 툴만 지오에스 기능을 적용하지 않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벤치마크 툴은 게임 앱이 아니므로 지오에스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게임 앱의 경우에만 (CPU·GPU·사용량 등) 특수성과 지속 사용성을 고려해 (지오에스 기능이) 설정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회사 쪽 해명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지오에스 기능 적용 없이 벤치마크 툴로 공식적인 성능 측정에선 높은 점수를 챙겨놓고, 실제 비싼 돈을 내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겐 그보다 못한 성능을 제공하고 있다며 집단소송을 예고했다.
지오에스 기능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소비자 기만 논란에 대표적인 벤치마크 플랫폼 ‘긱 벤치’(Geekbench)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성능 평가 차트에서 2019년 이후 출시된 갤럭시 S10·S20·S21·S22 시리즈를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긱 벤치는 5일(현지시각)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이런 내용을 공지하며 “우리를 포함한 주요 벤치마크 앱은 이 서비스(GOS 기능)에 의해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성능측정 조작의 한 형태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14∼21일 진행된 갤럭시 S22 사전판매는 102만대로 역대 갤럭시S 시리즈 가운데 최다 기록을 세웠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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