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올해 임직원 연봉을 1000만원씩 일괄 인상하는 처우 개선안을 내놨다. 앞서 카카오 본사가 500만원 이상씩, 카카오뱅크가 1000만원씩의 인상안을 발표하는 등 최근 새 경영진을 꾸린 카카오와 계열사들이 연일 보상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다른 회사에서는 “카카오만큼 대우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카카오로의 ‘핵심인재 유출’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계열사들 앞다퉈 500만~1000만원씩 연봉 인상
17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내정자는 지난 16일 전 임직원과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소통) 행사에서 “올해 구성원 연봉을 1000만원씩 올리겠다”고 밝혔다. 전년도 성과·직급 등에 따라 직원마다 인상 폭을 차등하는 게 아닌 ‘일괄 인상’ 방침을 알린 것이다. 회사는 노동조합과의 추가 협의를 거쳐 이 달부터 연봉 인상분을 반영해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해 개인별 성과에 따른 성과급도 별도로 제공되며, 스톡옵션 차등 배분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한 데 따른 과실을 임직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카카오뱅크 노사는 지난해 11월 연봉 1천만원씩 일괄 인상에 합의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가 “올 임직원 연봉 예산을 15%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는 증액된 연봉 예산의 절반 가량으로 임직원 기본급을 500만원씩 올린 뒤, 나머지 절반으로는 전년도 성과 등에 따라 차등을 둬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일부 직원은 20% 넘게 오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IT) 업계에선 카카오가 성과급이나 스톡옵션이 아닌 ‘베이스업’(기본급 인상) 카드를 꺼낸 데 주목한다. 아이티 업계에선 그동안 개인별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연봉에서 기본급 비중을 낮추는 대신 전년도 실적에 따른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스톡옵션 지급을 고집했다. 지난해 2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겸 이사회 의장이 사내 간담회에서 “나는 공산주의보다 자본주의가 맞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성과를 균등하게 나누는) 엔(N)분의 1로 운영될 수 없다”고 직접 밝혔을 정도로, 카카오는 연봉 일괄 인상에 부정적이었다. 반면 직원 대다수는 ‘보장된 소득’인 기본급을 올리는 쪽을 선호한다.
카카오의 연봉 정책이 1년 만에 바뀐 건 ‘인재 유치’ 의지로 풀이된다. 기존 인력의 이탈을 막고 개발자·데이터 분석가 등 몸값 높은 직군의 인재들을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가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블록체인 쪽의 기술·서비스 개발 경쟁에서 앞서가려면 인재 유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이직해야겠다”
카카오 계열사들의 잇단 직원 처우 강화는 주변 아이티 기업들까지 술렁이게 하고 있다. 노사 간 임금 협상이 진행 중인 회사들을 중심으로 “우리도 그만큼 올려달라”는 직원들의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카카오 직원들을 부러워하는 아이티 업계 직원들의 게시물과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네이버 직원은 카카오페이의 연봉 인상 발표 소식을 공유하며 “‘킹(king)카오’ 사람들 부럽다. 우리는 발끝도 못따라간다”고 썼다. 삼성전자·라인·야놀자 직원들은 “(카카오로) 탈출해야겠다”, “우리 회사는 연봉 논의를 하고 있기나 한건가” 등의 반응을 올렸다.
특히 경쟁사 네이버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네이버에서는 지난 14일 최수연 신임 대표이사가 취임했지만, 남궁훈 내정자와 달리 아직까지 올해 연봉 등에 대한 방침을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다. 18일 최 대표와 임직원들의 온라인 소통 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내부망 게시판에는 구체적인 연봉 인상 방안과 근무제도 개선책 등에 대한 사전 질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네이버 직원은 <한겨레>에 “1분기(1∼3월)가 다 지나도록 올해 연봉안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내부에 불만이 많다”며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면 네이버도 카카오처럼 직원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 새 경영진이 들어선 만큼 구성원이 납득할만한 보상책을 어서 밝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아이티 업계 경영진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개발·기획 쪽 인재 품귀가 여전한 상황에서 카카오 계열사발 직원 처우 개선 경쟁이 인재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올해 세자릿수 규모의 신입·경력 채용을 계획하는 등 높아진 연봉을 앞세워 인재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한 대형 아이티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쿠팡발 연봉 인상 바람이 불었던 작년에 이어 올해는 카카오발 직원 처우 개선 바람이 일고 있어 고민”이라며 “그렇다고 연봉을 따라 올리기도 어려워, 복지제도 등 다른 식으로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