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글로벌 이용자 톱10에 3개…K-게임의 인기 비결은

등록 2022-03-21 04:59수정 2022-03-22 10:57

로스트아크 실시간이용자 2위
배그 9위…미르4는 10위 차지
유료아이템 비중 대폭 덜어내
국외 이용자들 진입장벽 낮춰

펄어비스 ‘도깨비’ 엔씨 ‘티엘’ 등
개발단계부터 세계시장 노리고
모바일게임 대신 콘솔 대작 준비
국외 성패가 국내서열도 바꿀 듯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 제공
‘로스트아크’(Lost Ark)는 올해 초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가장 ‘핫’한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었다. 글로벌 피시(PC)게임 플랫폼인 ‘스팀’에 출시된지 하루만인 지난달 12일, 132만명의 동시 접속자를 끌어모았다. 역대 스팀에 출시된 게임 중 동시 접속자가 두번째로 많은 경우였다. 출시 한달이 지난 지금은 전세계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는다. 이 게임을 만든 곳은 한국 판교에 본사를 둔 중견기업 스마일게이트다.

세계 시장에서 ‘케이(K) 게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국외 게임 플랫폼의 인기 순위 최상단에 한국 게임 여러개가 동시에 이름을 올리는 등,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물 안 개구리’ 소리를 듣던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콧대 높은 서구 시장을 노리고 개발되는 게임이 생길 정도로 회사들의 자신감도 커졌다. 국외시장에서의 성패가 한국 게임업계의 서열도 바꿀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스팀 석권한 ‘로아’, 건재한 ‘배그’ 지난 18일 오전 기준 스팀의 실시간 이용자 순위 ‘톱10’에는 3개의 국산 게임이 이름을 올렸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2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9위), 위메이드의 미르4(10위)였다. 이들 게임은 그랜드 테프트 오토5(GTA5), 피파(FIFA) 2022 등 스팀의 ‘스테디셀러’들을 10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로스트아크는 지난달 스팀 출시 이후 인기 랭킹 5위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발매 초기부터 ‘빅 마켓’인 북미·유럽에서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누적 가입자 2000만명 중 1000만명 이상이 서구권 이용자일 정도로 이 지역 시장을 성공적으로 뚫었다.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의 역대 최다 동시접속자 기록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의 역대 최다 동시접속자 기록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크래프톤 제공
배틀그라운드(배그) 역시 지난 2017년 스팀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후 5년째 상위권에서 순항 중이다. 1인칭 슈팅(총쏘기) 게임인 배그는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7500만장 이상 팔리며 한국 게임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했다. 스팀의 역대 최다 동시접속자 기록(325만명)도 이 게임이 갖고 있다. 이 플랫폼 흥행 기록 1·2위를 모두 한국 게임이 차지한 셈이다. 동양을 배경으로 한 역할수행게임인 미르4의 경우 지난해 8월 국외 출시 이후 남미·동남아시아 등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게임 방식과 수익모델(BM)을 ‘글로벌 눈높이’로 설계한 게 이들 게임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국외 게이머들은 국내에 비해 게임 아이템·재화 등에 큰 돈을 들이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게임들은 ‘페이 투 윈’(Pay to win·돈 써서 이긴다)으로 불리며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동안 과도한 현질(현금 결제) 유도와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논란을 낳은 국산 게임들의 북미·유럽 시장 진출이 더뎠던 이유다.

반면 국외에서 성공한 역할수행게임들은 기존 작품들에 비해 유료 아이템 비중을 대폭 덜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질 없이도 게임 캐릭터를 강하게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은 국외 이용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로스트아크의 경우, 여기에 탄탄한 게임 줄거리·화려한 그래픽이 더해지며 각국 팬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스마일게이트 홍보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로스트아크는 개발 기간만 7년에 달했던 ‘대작’이었다”며 “북미·유럽 게이머들은 로스트아크의 방대한 배경과 다양한 게임 내 콘텐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르4는 페이 투 윈을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게임으로 돈 번다)으로 뒤집는 역발상으로 성공했다. 이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로 게임 내 화폐인 ‘흑철’을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로 환전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출시 초기에는 한 달에 최대 4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 것으로 입소문을 타며 물가가 비교적 낮은 국가들에서 인기를 끌었다.

배그의 경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로 세계 시장을 사로잡은 사례다. 100명의 게이머가 낙하산을 타고 전장에 떨어져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전투를 치르는 이 게임은 기존에 흔하던 총싸움 게임에 ‘서바이벌’(생존) 시스템을 결합했다. 출시 당시만 해도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 일색이던 국산 게임 사이에서 배그는 장르만으로도 신선했다.

■“국내 좁다”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로 ‘외국에서 먹히는’ 한국 게임들이 생기면서 최근에는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흥행을 노리고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 비교적 쉽게 개발해 단기간에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모바일 게임 대신, 국외 수요가 많은 콘솔 대작 등에 도전하는 것이다.

펄어비스가 만들고 있는 피시(PC)·콘솔(가정용 비디오게임기)용 게임 도깨비(DokeV)와 붉은사막이 대표적이다. 이들 신작은 한국에 드물던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개발 중이다. 오픈 월드 장르의 특징은 게임 캐릭터가 특정 직업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모험을 즐긴다는 점이다. 역할수행게임처럼 ‘전투력 높이기’라는 고정된 목표가 있는 게 아니어서,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레벨업’ 외에 꾸준히 즐길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기획·개발 난이도 역시 다른 장르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반면 글로벌 진출에는 이 장르가 유리하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구매력 높은 북미·유럽 등지에서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깨비는 지난해 8월 유럽 최대규모 게임박람회 ‘게임스컴’에서 공개한 4분짜리 맛보기 영상만으로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중견기업 펄어비스 주식 시가총액이 코스닥 시장 3위로 뛰었을 정도다.

엔씨소프트가 올 하반기 선보일 콘솔·피시용 게임 ‘TL’의 플레이 화면. 엔씨에서 처음 개발되는 콘솔 게임이다. 엔씨 제공
엔씨소프트가 올 하반기 선보일 콘솔·피시용 게임 ‘TL’의 플레이 화면. 엔씨에서 처음 개발되는 콘솔 게임이다. 엔씨 제공
최근에는 엔씨가 다양한 장르의 피시·콘솔 게임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국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엔씨는 1998년 출시한 대표작 ‘리니지’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4분의 3정도가 역할수행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에 몰리는 등 게임 장르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이에 엔씨는 올 하반기(7∼12월) 발매될 콘솔 게임 신작 티엘(TL)을 시작으로 외국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연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17일 엔씨가 공개한 티엘 영상에는 지형·지물을 활용한 공성전 등 전략적인 요소와 캐릭터의 화려한 움직임이 강조됐다. 모두 국외 콘솔게임 시장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들이다. 최문영 엔씨 주요개발관리책임자(PDMO)는 회사 누리집에 실린 인터뷰에서 “올해부터는 여러 기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글로벌 시장도 적극 개척하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진출, 선택 아닌 ‘필수’ 회사들의 이런 전략 변화는 한국 게임업계에서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스마트폰·고사양 피시 등의 기기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 되면서 세계 게임 수요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연말 발표한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전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776억달러(약 215조원)에서 2020년 2097억달러(약 254조원)으로 2년 새 18% 성장했다. 오는 2023년에는 2624억달러(약 318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통계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세계 게임 인구 역시 2018년 24억9000만명에서 2020년 28억1000만명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시장의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2020년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18조9000억원으로 세계 시장의 7% 정도였다. 내수보다 훨씬 큰 사업 기회가 국외에 있는 셈이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