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9일 서울 중구 센터포인트 명동에 들어설 국내 세번째 애플스토어 매장 외관. 연합뉴스
엘지(LG)전자가 지난해 4월5일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발표한 지 1년이 됐다. 국내에선 엘지 스마트폰의 빈자리를 틈타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70%를 넘긴 가운데, 올해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애플·샤오미·모토로라 등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72%로, 전년(65%) 대비 7%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엘지전자의 점유율이 13%(2020년)에서 6%(2021년)로 감소한 것에 비춰볼 때, 기존 엘지 스마트폰 고객들의 기기 교체 수요를 삼성전자가 그대로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 기간 동안 점유율이 20%에서 21%로 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엘지전자의 공백을 삼성전자에 뺏기며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진 애플은 올해 애플스토어 3·4호점을 연이어 열어 반격에 나선다. 이달 9일 서울 명동에 3호점을 열고, 하반기 중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4호점 오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신제품 발표 때 한국을 1차 출시국에서 제외해 국내 소비자를 홀대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2018년과 지난해 각각 애플스토어 1·2호점을 냈던 애플이 올해에만 두 개의 신규매장을 여는 것을 놓고 업계에선 ‘최근 애플이 한국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월엔 박찬욱 감독이 애플과 손잡고 아이폰13 시리즈로 촬영한 단편영화 <일장춘몽>이 공개되는 등 국내 마케팅 활동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샤오미가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 오픈한 국내 첫 공식 오프라인 매장 ‘샤오미 라이트 스토어’. 연합뉴스
중국 3대 스마트폰 브랜드 중 하나인 샤오미도 엘지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계기로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지난해 말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국내 첫 공식 오프라인 매장인 ‘샤오미 라이트 스토어’를 연 데 이어 오는 5일 열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레드미노트 11’ 시리즈를 선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샤오미는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온라인쇼핑몰과 알뜰폰사업자 등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왔다. 이번 신제품은 20만~30만원대 중저가 모델인데, 최근 삼성과 애플 역시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제품을 내놓고 있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해 모토로라가 출시한 중저가 스마트폰 ‘모토 지(G) 파워’(왼쪽)와 ‘모토 지 퓨어’. 모토로라 누리집 갈무리
2000년대 중반 ‘레이저폰’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모토로라는 10년 만에 한국 시장 재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12년 말 한국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던 모토로라는 올해 초 국내 영업본부장 등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레노버의 자회사인 모토로라는 샤오미와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에 중저가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엘지전자의 점유율을 흡수해 애플(58%)과 삼성전자(22%)에 이어 3위(10%)에 올랐다. 300달러(약 36만원) 이하 ‘모토 지(G)’ 시리즈가 인기를 끈 결과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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