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 정식 출시된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 연합뉴스
“얼마까지 원하세요? 구두로 말씀하지 마시고 여기(계산기) 써주세요. 저희가 한 대 팔면 마진 5천원~1만원 남는데, 그거 남길 생각 없고요. 월말에 (판매점에) 들어오는 백마진 2만원까지 빼드릴게요.”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 6층 한 휴대전화 판매점. 최저가를 보장하는 ‘성지’로 불리는 이곳의 직원은 삼성전자 갤럭시 S22의 가격을 묻자 계산기에 숫자 ‘11’을 찍어 내밀었다. 에스케이(SK)텔레콤의 8만9천원짜리 요금제(5GX프라임)를 6개월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이 스마트폰을 현금가 11만원에 주겠다는 뜻이다. 통신사를 옮기는 경우 적용되는 가격인데, 가족·친구 등 2명이 함께 이동하면 같은 기기를 개당 10만원까지 깎아줄 수 있다고도 했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의 실 구매가가 출시 50여일 만에 출고가(99만9900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달 초 공시지원금이 기존보다 약 3배 인상된 데다 일부 판매점의 불법보조금까지 더해진 결과다.
12일 업계 설명을 들어보면, 이동통신 3사는 이 달 초 갤럭시 S22와 갤럭시 S22 플러스의 공시지원금을 기존 15만원에서 약 3배 많은 최대 50만원까지 올렸다. 일반적으로 공시지원금 재원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목표 판매량과 재고 등을 감안해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데, 이번 인상 결정은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의지가 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갤럭시 S22 시리즈는 지난 8일 기준 국내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초기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난 달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에 이어 통화품질 불량 이슈까지 불거지며 2분기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지자 공시지원금 상향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작년과 지난해 각각 출시된) 갤럭시 S20과 S21이 연이어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칼을 갈고 내놓은 제품이 갤럭시 S22 시리즈였다”며 “하지만 또 다시 게임최적화서비스 이슈 등이 불거졌으니 삼성 쪽에선 초조할 것”이라고 지원금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갤럭시 S22는 통화품질 불량 이슈에 휩싸이기도 했다. 통화할 때 잡음 등으로 상대방 음성이 잘 안 들리거나 전화가 왔을 때 알림음이 울리지 않은 채 ‘부재중 전화’ 메시지가 뜬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삼성전자 공식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지난달 15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해 관련 문제를 개선했다고 밝혔지만, 잇따른 악재로 갤럭시 S시리즈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9만원 안팎의 이동통신사 요금제를 기준으로 합법적인 지원금(추가지원금 포함)을 적용한 갤럭시 S22의 최저가는 48만2400원이다. 갤럭시 S22를 이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한 불법 영업에 해당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 주말(4월9일)부터 특정 통신사의 영업본부가 선택약정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법보조금을 뿌리는 것으로 안다”며 “(단통법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에선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동통신유통협회 등의 반발을 의식해 (단속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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