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휴대전화 대리점 앞 광고판에 들어간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MVNO) 시장점유율이 50%를 돌파한 가운데, 최근 1년간 3사의 망을 빌려 쓰는 중소 알뜰폰 업체의 가입자는 엘지(LG)유플러스망 이용자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MNO) 3위 사업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엘지유플러스가 알뜰폰 사업에 공을 들이며 생태계 확대를 위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지원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통신업계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가입자(각사 추정치·사물인터넷 회선 제외)는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 에스케이(SK)텔레콤 자회사 가입자는 47만2616명에서 60만3903명으로 증가해 27.8%, 케이티(KT) 자회사는 85만6326명에서 129만9020명으로 늘어 51.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엘지유플러스 자회사도 82만4592명에서 113만4575명으로 뛰며 한해 전보다 가입자가 37.6%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3사의 망을 사용하는 중소 알뜰폰 업체 가입자 통계에선 엘지유플러스망 이용자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엘지유플러스망을 사용하는 중소 알뜰폰 업체 가입자는 82만7774명에서 112만8304명으로 증가해 자회사 가입자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36.3%)을 보였다. 반면,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의 망을 이용하는 중소 알뜰폰 고객은 한해 전보다 각각 26.2%, 32.8% 줄었다. 이들 두 회사가 자회사를 앞세워 알뜰폰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엘지(LG)유플러스 모델이 우정사업본부와 협력해 신규 알뜰폰 요금제가 적용된 우체국 판매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를 소개하는 모습. 엘지유플러스 제공
엘지유플러스는 지난 2월 전국 우체국 29곳에 ‘알뜰폰 전용 상담존’을 마련하는 등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오프라인 판매와 고객 관리를 지원하는 상생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자사 직원을 우체국에 파견해 자회사 상품이 아닌 중소업체 알뜰폰 요금제를 상담한다. 우편과 금융 등 본업에 치여 알뜰폰 요금제 상담이 버거웠던 우체국 직원들은 업무 부담이 줄고, 인터넷에서 가격 비교 등이 어려웠던 고령층 고객들은 보다 자세한 상담을 통해 알뜰폰 가입이 쉬워졌다는 평가다. 엘지유플러스 쪽은 “상담존이 운영되는 우체국에서의 지난달 자사망 이용 알뜰폰 개통 건수가 (상담존 설치 이전인) 지난 1월 대비 약 9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통신 3사 자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기면서 정부가 시장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은 53.6%(326만3401명)로 집계됐다. 2014년 정부가 통신사들의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시장 진입을 허용할 때 ‘점유율 50% 제한’ 조건을 걸었던 만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게 하는 사실상 영업제한 조처 등이 가능해, 정부가 통신 3사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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