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스마트폰’ 커넥티드카
사물지능통신 회선 사용 위해
차 업체들 알뜰폰 사업자 변신
현재 휴대전화-사물지능 합산
통신3사 ‘50% 제한룰’ 못 미쳐
휴대전화만 떼서 집계 땐 초과
사물지능통신 회선 사용 위해
차 업체들 알뜰폰 사업자 변신
현재 휴대전화-사물지능 합산
통신3사 ‘50% 제한룰’ 못 미쳐
휴대전화만 떼서 집계 땐 초과
현대차, 기아, 벤츠코리아, 르노삼성, 테슬라, 쌍용차, 볼보코리아….
이들 완성차 업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알뜰폰(MVNO·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라는 점이다. 저렴한 통신요금제를 찾는 소비자에게 알뜰폰용 유심 칩을 판다는 뜻이 아니다. 에스케이(SK)텔레콤, 케이티(KT), 엘지(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이동통신망을 저렴하게 빌려 고객들에게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예 알뜰폰 사업자로 변신한 것이다.
커넥티드카는 흔히 ‘달리는 스마트폰’으로 불린다. 차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쇼핑 등을 즐기는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의 합성어)와 차량 원격제어 등의 서비스가 그 사례인데, 이를 구현하려면 텔레매틱스(차량 내 무선인터넷 서비스) 기술이 필수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앱으로 한여름 땡볕에 주차돼 있는 차의 에어컨을 미리 켜두거나 며칠 전 주차한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하려면, 스마트폰과 차량이 연결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이처럼 서비스에 필요한 통신망을 갖추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이동통신 3사의 이동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 쓸 수 있는 알뜰폰을 선택한 셈이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알뜰폰 회선(가입자 수)은 모두 1079만9847개이다. 이 가운데 30.13%(325만4844개)가 완성차 업체들이 보유한 알뜰폰 사물지능통신(M2M) 회선이다. 현대차(210만547개)와 기아(72만242개) 커넥티드카 고객이 알뜰폰 가입자로 잡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80만개 넘는 회선을 쓰고 있고, 그 다음은 벤츠코리아 32만1811개, 르노삼성 4만7006개, 테슬라 3만6099개 순이다. 이들은 통화가 아닌 사물인터넷(IoT) 환경에 필요한 통신망을 확보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전용 알뜰폰 사업자에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통신업계에선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 규제 논의가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2012년 에스케이텔레콤에 이어 2014년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까지 자회사를 세워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자 중소 사업자 보호를 위해 이들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을 50%로 제한하는 조건을 걸었다. 이때 정부가 만든 현행 점유율 집계 기준은 휴대전화와 사물지능통신 회선을 합산하는 방식이라는 게 과기정통부 쪽 설명이다. 당시만 해도 차량관제나 보안, 원격결제 등의 분야에서 사물지능통신이 활발히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통신 3사 자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월 기준 31.3%에 그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사물지능통신 회선을 제외한 ‘순수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를 기준으로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알뜰폰은 시장경쟁을 통해 요금을 낮춰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휴대전화 사용 목적이 아닌 사물지능통신 회선은 따로 분리해 점유율을 집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등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사물지능통신 회선 수만큼의 모수가 줄어 통신 3사 자회사의 점유율은 53.6%까지 올라간다.
알뜰폰 점유율 규제와 관련한 이동통신 3사의 입장은 엇갈린다. 3사 가운데 자회사(SK텔링크) 점유율이 가장 낮은 에스케이텔레콤은 회선 분리 집계를 주장하며 점유율 규제에 찬성한다. 반면, 자회사(미디어로그·LG헬로비전) 점유율이 가장 높은 엘지유플러스는 기존 방식 유지를 주장하며, 점유율 규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MNO) 1위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은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현시점에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낮은 알뜰폰 시장 확대가 달갑지 않다. 알뜰폰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3사 모두 가입자 이탈이 늘고 있는데, 기존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에스케이텔레콤의 타격이 커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자료를 보면, 올해 1~3월 이동통신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가입자는 에스케이텔레콤 12만7609명, 케이티 9만9854명, 엘지유플러스 7만6724명이었다. 지난해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종렬 에스케이텔레콤 부사장이 3사 중 유일하게 “알뜰폰을 철수해야 한다는 (정부) 결정이 나온다면 따를 의사가 있다”고 답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면, 엘지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위 사업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중소 알뜰폰 업체들을 지원하는 전략을 펴는 등 이 시장 활성화에 공을 들여왔다. 경쟁사 가입자들을 알뜰폰 고객으로 빼앗아 시장점유율(MVNO 포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이 50%에 육박한 점유율을 보이는 이동통신 시장은 내버려둔 채 알뜰폰 시장에 대해서만 점유율을 규제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게 이 회사의 주장이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시장점유율 산정기준 변경 주장, 왜?
SK텔레콤-LG유플러스 엇갈린 입장
통신3사 ‘사물지능 회선’ 고객유치 꺼리는 까닭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사물지능통신(M2M) 회선 가입자 수는 2019년 말 25만1천명에서 지난 2월 기준 21만5천명으로 4만명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소 알뜰폰 업체의 사물지능통신 회선 가입자는 62만8천명에서 427만3천명으로 약 6.8배 급증했다. 전체 사물지능통신 회선 가입자의 95.2%가 중소 업체에 집중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왜 벌어진 것일까.
그 답은 수익성 차이에 있다. 같은 알뜰폰이라고 해도 휴대전화용에 견줘 사물지능통신용 회선 수익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물지능통신용은 음성을 뺀 데이터 전용 통신망이라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300~400원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통신 3사 자회사는 불법 보조금을 써가며 수익성 높은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2년간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는 2019년 말 254만7천명에서 지난 2월 321만5천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중소 사업자의 휴대전화 회선 고객은 3사 자회사보다 많은 432만3천명에서 309만8천명으로 약 30% 감소했다.
한 중소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이 동일해도 이통 3사 자회사에 견줘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고, 사은품 같은 마케팅 비용 차이도 크다 보니 (대기업의) 시장점유율 제한을 환영하는 편”이라며 “엘지유플러스의 경우 에스케이텔레콤·케이티와 달리 상생 차원에서 중소 사업자의 판매망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회사 두 곳에도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어 중소업체와의 실질적 경쟁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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