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이노텍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엘지이노텍 제공
스마트폰 시장에선 발을 뺀 엘지(LG)가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카메라모듈 시장에선 삼성을 누르고 앞서가고 있다. 계열사 스마트폰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삼성의 카메라모듈 사업은 전기차 시장을 바탕으로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중심에서 전기차와 확장현실(XR) 기기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엘지와 삼성이 어떤 승부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13일 엘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엘지이노텍은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던 엘지전자 구미공장을 인수해 카메라모듈 공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미 2834억원을 주고 공장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카메라모듈은 이미지센서, 렌즈, 필터 등을 결합한 제품으로, 스마트폰·차량 등에 장착돼 촬영은 물론 동작 인식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부품이다. 엘지이노텍은 2011년 이후 글로벌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20%대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새 공장 부지 마련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기능 강화 추세에 따라 차량용으로도 시장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시장은 연평균 5%, 차량용은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애플과 소니 등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 기기를 올 하반기 이후 앞다퉈 출시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시장에선 엘지이노텍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엘지이노텍 카메라모듈 사업부문(광학솔루션사업부)은 지난 1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6% 증가한 약 3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회사 전체 매출 증가율(28.7%)를 견인했다. 반면 삼성전기의 1분기 카메라모듈 매출은 약 8700억원으로 3.2% 성장하는데 그쳤다. 회사 전체 매출 증가율(6.3%)보다도 낮았다. 엘지이노텍의 주요 고객인 애플의 아이폰 점유율은 견조했던데 비해 삼성전기 고객인 삼성전자와 중국 샤오미·오포·비보 등의 스마트폰 사업은 정체된 영향이 컸다.
이는 주가로 이어졌다. 이날 엘지이노텍 주가는 2020년 12월 말에 비해 2배 이상 뛴 37만2500원으로, 삼성전기는 17% 가량 하락한 14만7500원으로 마감했다.
두 업체간에는 앞으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올 하반기에 애플의 아이폰14시리즈와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이 격돌할 전망인데, 두 제품간 성패에 따라 부품 공급사인 두 회사의 매출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전장 부품 시장에서도 격돌이 예상된다. 엘지이노텍은 현대차 등 완성차는 물론 테슬라에도 공급하면서 매출을 키워왔다. 여기에 삼성전기도 테슬라와 장기간 수조원대의 공급계약을 맺으며 추격에 나섰다. 이규하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분석가는 “애플 판매 비중이 높고, 폴더블폰이나 확장현실 등 신규 기기 노출도가 높은 업체의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은 과제도 있다. 카메라모듈 매출이 늘수록 이미지센서 부담도 늘어서다. 이미지센서 시장은 소니가 전세계 시장점유율 40%(202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엘지이노텍은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함께 소니 부품을, 삼성전기도 삼성전자와 함께 소니 부품을 쓰고 있다. 올 1분기 이미지센서 구입 비용으로, 엘지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매출의 27.3%를 썼고, 삼성전기는 33.0%를 치렀다. 결국 엘지이노텍은 공급선 다변화와 시장점유율 1위라는 구매력을 이용하고, 삼성전기는 계열사 삼성전자로부터 공급 가격을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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