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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악기 레슨·웹 디자인까지 저임금·불안정 노동 번져

등록 2022-06-15 09:57수정 2022-06-15 10:36

빅테크 격랑주의보
2회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그림자


이커머스 빅3 점유율 50% 육박
상품유통 쿠팡 독주 “그들이 법”
배달앱은 1강2중 시장 지배
전문영역까지 플랫폼 점점 확대

노동자 월평균 임금 192만원 그쳐
자사 상품 내놔 소상공인 울리고
소비자에 가격 인상 떠넘기기도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술 기업)를 대표하는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빛과 그림자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시시각각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며 소비자 후생을 높인다는 평가 이면으로 저임금 노동, 독과점에 따른 시장 경쟁 탄력성 저하, 소비자들과 소통 부족, 가격 일방 인상 같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 쿠팡, 쓱(SSG)닷컴의 ‘3강’ 체제가 견고해졌다. 각 사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거래액을 기준으로 롯데온과 11번가 등이 한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때 네이버와 쿠팡은 20%대 성장률을 이어가며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렸다. 네이버의 1분기 거래액이 9조원, 쿠팡이 9조6천억원(와이즈앱 추정치), 쓱닷컴(지마켓글로벌 포함)이 5조4천억원으로 3사를 합치면 24조원에 달했다.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200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3사의 합산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는 셈이다. 해당 기업들 모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상의 시장지배적 지위 기준인 거래액 1조원 이상이거나 매출액 1천억원 이상 기준을 넘어섰다.

상품 유통 부문에선 쿠팡의 약진이 무섭다. 가공식품을 쿠팡에 납품하는 ㄱ기업이 밝힌 이커머스 매출 내역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쿠팡과의 거래액이 전체 온라인 매출의 50%를 넘어섰다. 쿠팡 경쟁업체 쓱닷컴과의 온라인 거래액 비중은 10%에 그친다. ㄱ기업 관계자는 “쿠팡에서 많이 거래되는 생필품과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기업 쪽에서는 쿠팡의 말은 법과 같다”며 “온라인 판매량의 절반가량이 쿠팡에서 판매되다 보니 무리한 가격 인하 요구나 독점 상품 공급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달 앱 시장에선 1강(배달의민족) 2중(요기요·쿠팡이츠) 체제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7월 기준 온라인 누리집 22만개의 정보량을 분석한 결과, 배달의민족 정보량 점유율이 56.3%, 요기요가 21.55%, 쿠팡이츠가 19.17%로 나타났다.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을 더하면 97%에 이른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지난 4월 도내 요식업체 소상공인 1205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매출의 4분의 1이 배달앱에서 나오는 등 플랫폼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양면의 특징을 갖는 플랫폼은 시간이 지날수록 승자 독식이 판치는 독과점 시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효용을 찾아 모여드는 고객들의 네트워크 효과가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도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독점적 지위에 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다.

이렇듯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각종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플랫폼 기업들이 고객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생산하며 판매 중개를 넘어 상품을 만드는 ‘선수’ 노릇에 집중하는 게 문제다. 쿠팡은 2020년 7월 자체브랜드 사업을 분할한 뒤 식품과 생활용품 등 16개 브랜드 4200여가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비(B)마트의 확장세에 힘입어 신선·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상품군을 늘리고 있고, 카카오커머스와 무신사 등도 자체브랜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쇼핑과 카카오택시 등에서 상품을 검색했을 때 자사 서비스 상품이 먼저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이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쿠팡이 자체브랜드 상품에 허위 리뷰를 작성해 자사 상품 노출 순위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사 상품 우선 노출 등의 차별행위와, 입점업체와 유사 상품 개발 및 판매 행위를 통해 소상공인 영역을 침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플랫폼 경제의 확대는 저임금과 단기 노동 위주의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성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쿠팡맨을 비롯해 배민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부터 번역 알바, 악기 레슨, 웹 디자인 등 전문 영역까지 긱 노동의 분야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하루배송, 새벽배송 등으로 배송·물류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플랫폼 노동자 수를 22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 중 29.9%가 배달 관련 종사자였고, 음식 조리·판매(23.7%)와 통번역 등 전문서비스(9.9%)가 뒤를 이었다. 플랫폼 노동이 주업인 노동자(하루 평균 8.9시간, 한달 21.9일 근무 기준) 월평균 임금은 192만원이었고, 부업 노동자(하루 4.5시간, 월 10.3일)의 월 임금은 74만원이었다. 통번역, 헤드헌팅(전문인력 중개업) 같은 전문 서비스 영역이 플랫폼을 만나 저임금·불안정 노동화 하는 추세다. 사실상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수수료 등 계약 조건을 협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긱 노동의 저임금화는 고착화되고 있다.

플랫폼 독과점이 심화될수록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이 유료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거나, 배달의민족이 배달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면서 사실상 고객 부담 비용을 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플랫폼 독과점이 고착화되면 플랫폼에 종속된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격 인상 부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익명을 요청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30% 고지에 먼저 오를 때까지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특정 기업이 가격을 조정한 것은 고객 유출을 막을 수준의 시장 영향력이 확보됐다는 신호다. 계속 비슷한 가격 인상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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