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 저감현상, 여성 사회활동에 필수적인 육아 지원서비스,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역균형 발전, 비대면 소비생활이 만들어내는 쓰레기와 환경 문제, 배달서비스 증대로 인한 플랫폼 의존과 수수료 문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비대면 환경에서 교육격차의 확대…” 2022년 ‘제7회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선정을 위한 평가위원회에서 화두는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가운데 불거지고 있는 사회현상이었다.
오는 6월23일 개최되는 제7회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HTA2022)의 대상은 고령화 사회에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에 수여된다. 클로바 케어콜은 인공지능 기반의 돌봄 서비스로, 인공지능 상담원이 전화를 걸어 이용자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며 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클로바 케어콜은 자연스럽지 않던 기존의 자동응답 시스템과 대화방식을 개선하고 사람처럼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는 인공지능형 돌봄 서비스다. 클로바 케어콜은 사람처럼 앞서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사투리도 알아듣는 수준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전함에 따라 돌봄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담인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는 향후 사회적 효용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클로바 케어콜은 코로나19 초기에 국내 최초로 지자체들과 협업을 통해 폭증하는 확진자들에 대한 전화상담과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며 인간친화적 기술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이용자 부문 최우수상에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서비스에 나선 원격의료 서비스의 선두주자 ‘닥터나우’가 선정됐다. 올 3월 기준 월간 이용자가 82만명에 이르는 대표적 원격의료 서비스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의료서비스 과부하 상황에서 환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공공부문 최우수상엔 정치인들의 발언을 기록하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팩트체크와 여론 분석, 평판 관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카이빙 분석 서비스 ‘스피치로그’가 선정됐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한 발언의 파급력이 커지고 허위 조작정보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주요 발언을 기록·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일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공간을 좀더 책임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필수적이고 기초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 평가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별부문 최우수상으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디스플레이 등 배리어프리(무장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소셜벤처 ‘닷’에 주어진다. 촉각과 소리를 통해 인식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키오스크, 스마트워치, 패드 등을 개발하며 100여개의 특허를 확보했으며, 올해부터 미국내 모든 시각장애인 학교에 300억원 규모의 촉각 디바이스 공급계약을 맺기도 한 사회적 기업이다.
이용자 부문 우수상으로는 ‘웨델’과 ‘트래쉬버스터즈’가, 사회공공 부문 우수상에는 ‘버스스로’와 ‘제로배달 유니온’이 각각 선정됐다. ‘웨델’은 임신출산육아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으로, 상거래 중심이 아닌 이용자들의 궁금증과 신뢰도 높은 콘텐츠 기반의 서비스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축제와 행사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행사용 다회용품을 공급·수거·세척하는 서비스로, 쓰레기 처리비용 감소 등 친환경 실천을 돕는다.
‘버스스로’는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핸드폰을 이용해 버스정류장을 찾고 버스에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대학생 3명이 8개월에 걸쳐 만들어낸 비영리 서비스다. ‘제로배달 유니온’은 서울시와 간편결제진흥원, 소상공인단체 등이 참여해 민관협력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공배달 앱으로, 대형배달 플랫폼에 비해 크게 낮은 2% 수준의 중개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수상작들은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 증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확산,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의료와 배달 서비스 및 쓰레기 증가 등 코로나19 3년째를 맞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각종 현안들을 기술을 활용해 좀더 사람친화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다양한 시도에 주어진 게 특징이다.
우리 사회 각계 전문가 7인이 참여한 평가위원회가 사람친화적 기술을 선정해 시상하는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의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본격 심사에 앞서 근래 두드러진 사회적 현상과 과제를 논의한다. 2022년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심사과정에서는 최종 후보에 오른 서비스들을 놓고 평가위원들간의 엇갈린 평가와 토론이 이어진 끝에 전체합의를 통해 수상작들이 선정됐다. 유사한 기능을 구현하는 서비스들을 놓고서는 인지도만이 아니라 서비스 충실도와 최초 서비스 시점, 실질 이용자 규모 등을 놓고 면밀한 검토가 이어졌으며, 닥터나우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된 원격의료 서비스 여부를 평가대상에 포함할지에 대한 토론과 평가가 이어졌다. 대중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거나 수익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민간 서비스들에 대해서는 취지와 서비스 지향점 등을 고려해 가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에도 3년째 팬데믹 상황이 반영되고 있다.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 급속확산으로 격리와 거리두기가 일상화한 환경에서 위기 극복과 대응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2021년엔 백신이 빠르게 보급됐지만 코로나19 위기와 피해가 사라지지 않아 개인과 사회는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게 과제였다.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2020년 코로나19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지역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체계를 만들어낸 당근마켓에 대상을 수여하고, 2021년에는 케이티(KT)의 080 간편 콜체크인 시스템을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란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는 환경에서 사용자 주권을 드높이고 사람 친화적인 디지털 기술을 찾아 기술을 좀 더 인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권위와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지표 개발에 참여하고 실무 검토 과정을 거쳐, 2015년 제1회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시상이 이뤄졌다. 평가는 이용자 부문, 사회공공 부문, 특별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기술과 서비스의 편리성, 안전성, 창의성, 가치창출성, 정보공유성, 공익성을 평가 지표로 삼아 검토가 이뤄진다.
2022년 7회째인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 리드)가 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심사를 진행했다. 윤 위원장을 비롯해 이원태 한국인터넷진흥원장,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배영 포항공대 교수,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 채백련 빅웨이브 대표,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 7명의 전문가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문조사단을 통해 사람 친화적 서비스를 조사하고 발굴한 뒤, 평가위원들이 참여하는 4차례의 평가위원회를 거쳐 수상 후보들을 검토하고 압축해가며 위원들 간의 토론을 통해 수상작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성남시 그래비티판교호텔에서 개최되는 제1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의 오후세션으로 치러진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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