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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자전거로 넘는 ‘기상령’…땀 흘리고 포인트 쌓아 쇼핑하고

등록 2022-08-09 05:00수정 2022-08-10 10:13

써보고 쓰는 스타트업 서비스
자전거 중고 거래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
‘비파괴 검사’ 통과 제품에 인증 부여
탄소배출권 가격 연동 포인트로 ‘R2E’ 실험도
지난 4일 중고 자전거 인증·거래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가 연 ‘미라클라브’ 행사에 참여한 라이더들이 로드 자전거를 타고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 앞을 지나고 있다. 라이트브라더스 제공
지난 4일 중고 자전거 인증·거래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가 연 ‘미라클라브’ 행사에 참여한 라이더들이 로드 자전거를 타고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 앞을 지나고 있다. 라이트브라더스 제공

<한겨레> 스타트업 담당 기자 휴대전화엔 어떤 애플리케이션(앱)들이 깔려 있을까요? 넘쳐나는 스타트업 서비스, 기자가 직접 돈과 시간을 들여 써 본 뒤 일상에서 ‘쭉’ 함께 하게 된 것들만 골라 소개합니다. ‘라이트브라더스’를 시작으로 월 1~2개를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의 평가와 전망 등을 곁들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런 서비스도 한번 써봐 주세요’ 제보도 환영합니다.

지난 4일 새벽 4시50분, 한계령보다 넘기 힘들다는 ‘기상령’을 넘은 로드(도로용) 자전거 라이더 90여명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빛둥둥섬에 모여들었다. 헬멧, 고글, 빕숏(쿠션이 달린 자전거용 바지), 저지, 클릿 슈즈 등을 갖춰 입은 라이더들은 잠수교, 한강 보광나들목, 한남오거리를 지나 남산 남측 순환로를 향해 줄지어 페달을 밟았다. 경사에 따라 기어 단수를 올렸다 낮췄다 하며 30여분 만에 남산타워를 찍은 이들이 세빛섬으로 되돌아온 시간은 6시15분께. 헬멧도 벗지 않은 채 아침 식사를 나눠 먹은 라이더들은 7시도 채 안 돼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각자의 집·회사로 흩어졌다.

이날은 중고 자전거 인증·거래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가 지난달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연 ‘미라클라브’ 자전거 타기 행사 마지막 날이었다. 총 네차례에 걸쳐 열린 미라클라브엔 초등학생부터 5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 라이더 140여명(누적 인원)이 참가했다.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는 “당장 구매 전환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자전거 타는 문화가 ‘힙하다’는 인상을 이용자들에게 주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라이딩을 마치고 사회관계망서비스 앱을 열어 ‘#미라클라브’ 해시태그를 검색하자, 참가자들이 올린 인증 사진과 영상 백여건이 올라와 있었다.

2017년 ‘자덕(자전거 덕후)들의 성지’로 꼽히는 서울 서빙고동 잠수교 북단에서 작은 카페 겸 매장으로 출발한 라이트브라더스는 올해 5월 세빛둥둥섬에 230평 규모의 매장을 냈다. 이 회사는 검사 대상을 해체하는 대신 엑스레이를 찍어 사고·수리 이력과 파손 여부를 검증하는 ‘비파괴 검사’를 국내 최초로 중고 자전거 거래에 도입했다. 검사를 통과한 제품엔 ‘라브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현재까지 총 2854대 중고 자전거가 인증을 거쳐 라이트브라더스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에 매물로 올라왔고, 이 중 2079대가 새 주인을 만났다.

김 대표는 “중고차 시장 만큼이나 큰 중고 자전거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4일 `미라클라브' 행사 참가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인증 사진을 올린 모습. 인스타그램 앱 갈무리
4일 `미라클라브' 행사 참가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인증 사진을 올린 모습. 인스타그램 앱 갈무리

기자 역시 라이트브라더스의 오랜 고객이다. 2011년 동네 자전거포에서 20만원 가량에 산 미니벨로(바퀴가 작은 자전거)를 7년 가까이 타다가 2018년 지인을 통해 라이트브라더스를 소개받아 로드 자전거를 장만했다. ‘스페셜라이즈드’ 브랜드의 ‘아미라 익스퍼트’ 모델 중고품을 출고가의 반절 수준인 100만원대 중반에 구매했다. 입문자가 아무리 공부를 해봐야 판매자가 가진 정보가 훨씬 많은 게 뻔한 시장에서 ‘믿고 구매해도 된다’는 인증 마크가 주는 든든함이 적지 않았다.

라이트브라더스 앱·누리집 계정에 운동 기록 앱 ‘스트라바’ 계정을 연동하면 라이딩 거리에 비례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스윗스웻’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자전거의 소재와 무게, 라이딩 거리에 따라 탄소 배출량 절감에 기여한 정도를 계산하고, 여기에 한국거래소 고시 탄소배출권(KAU21) 시세를 곱해 적립률을 결정한다.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분야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운동하고 돈 벌기’(M2E·move to earn)를 응용한 ‘자전거 타고 돈 벌기’(R2E·ride to earn) 모델이다. 사용하던 자전거나 물품을 라이트브라더스에 중고로 내놓아도 자원 순환을 통해 탄소 배출 절감에 기여한 걸로 간주해 일정량의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라이트브라더스는 앞으로 다른 기업들과 제휴해 스윗스웻 포인트 활용처를 넓혀갈 계획이다.

라이트브라더스 계정과 운동 기록 앱 ‘스트라바’ 계정을 연결하거나 중고 물품을 거래하면 탄소배출권 시세에 연동된 ‘스윗스웻 포인트’를 받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라이트브라더스 누리집 갈무리
라이트브라더스 계정과 운동 기록 앱 ‘스트라바’ 계정을 연결하거나 중고 물품을 거래하면 탄소배출권 시세에 연동된 ‘스윗스웻 포인트’를 받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라이트브라더스 누리집 갈무리

라이트브라더스는 지금까지 롯데벤처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중고나라 등으로부터 98억원(누적) 가량의 투자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라이딩 복장을 한 채 만난 롯데벤처스의 이계준 투자전략팀장과 이준혁 심사역은 모두 투자 집행 과정에서 자연스레 로드 자전거에 입문해 주말마다 라이딩을 다니는 ‘자덕’이 됐다. 이준혁 심사역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내 체육시설 이용에 제약이 생기면서 캠핑, 골프와 더불어 로드 자전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급증했다”며 “자전거 도로가 확충되고 동호회가 늘어나면 국내 산업 규모가 더 커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전세계 공급망 위기로 신품 자전거 공급이 늘어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서 중고 자전거 수요가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해 라이트브라더스의 매출과 거래액은 2020년에 비해 각각 281%, 994% 늘었다. 올해 초 라이트브라더스는 기업가치를 약 5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라이트브라더스 매장에 ‘미라클라브’ 행사 참가자들이 줄을 서 있다. 라이트브라더스 제공
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라이트브라더스 매장에 ‘미라클라브’ 행사 참가자들이 줄을 서 있다. 라이트브라더스 제공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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