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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30년 묵은 영어 스트레스, 인공지능이 덜어줄까?

등록 2022-09-22 07:00수정 2022-09-22 08:51

써보고 쓰는 스타트업 서비스
일대일 화상영어 교육 서비스 ‘링글’
“집중력·의지 부족은 교육 서비스 영원한 숙제”
음성-문자 변환, AI 기반 평가·추천…기술이 도와줄까
한 이용자가 일대일 화상 영어 교육 플랫폼 ‘링글’을 이용해 원어민 튜터와 수업하고 있다. 링글 제공
한 이용자가 일대일 화상 영어 교육 플랫폼 ‘링글’을 이용해 원어민 튜터와 수업하고 있다. 링글 제공

<한겨레> 스타트업 담당 기자 휴대전화엔 어떤 애플리케이션(앱)들이 깔려 있을까요? 넘쳐나는 스타트업 서비스, 기자가 직접 돈과 시간을 들여 써 본 뒤 일상에서 ‘쭉’ 함께 하게 된 것들만 골라 소개합니다. ‘라이트브라더스’를 시작으로 월 1~2개를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의 평가와 전망 등을 곁들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런 서비스도 한번 써봐 주세요’ 제보도 환영합니다.

‘나만 이렇게 의지가 약한가. 서른이 넘었는데도 왜 매일 수업에 지각을 할까’ 자책했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니란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승훈(40) 링글 공동대표는 “대부분 수강생이 꼭 30초씩 지각한다”고 했다.

일대일 화상 영어 교육 플랫폼 ‘링글’은 미국 스탠포드 경영전문대학원(MBA) 동기 사이인 이승훈·이성파(34) 공동대표가 2015년 창업했다. ‘생초보’ 보다는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표현이 가능하지만 학업·업무 때문에 실력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이들이 주된 고객이다. 하버드·예일 등 미국 대학에 다니는 원어민 튜터와 비즈니스·정치·경제·문화·스포츠 등 주제 교재를 바탕 삼아 20~40분 동안 대화를 나누고 실시간으로 교정받을 수 있다.

기자는 2018년 12월 링글을 처음 이용했다. 이듬해인 2019년 봄 해외에서 열리는 큰 컨퍼런스에 취재를 가야 했는데, 짧은 영어로 떠듬떠듬 인터뷰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긴장돼 잠이 오지 않았다. 마침 친구의 추천인 코드로 가입해, 체험 수업을 1회 받으면 5만원을 할인해 주는 행사 기간이었다. 속는 셈 치고 써보기로 했다.

에이포(A4) 용지 한바닥 반 분량 교재를 읽고 준비된 질문 7개 중 서너개의 답변을 준비했다. 튜터와 간단히 자기 소개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했다. 학습 화면 한 쪽의 공유 문서 도구에 튜터가 방금 내가 말한 문장을 실시간으로 받아적었다. 수업 전에 미리 전달한 요청대로, 질문 하나에 대한 내 답변이 끝날 때마다 튜터가 어색한 표현을 바로잡아줬다. 전화 영어와 다르게 교정 내용을 눈으로 바로 읽을 수 있어 집중이 더 잘 됐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40분 동안 영어로 대화를 어떻게 하지’ 겁이 났지만, 평소에 관심 있던 해외 스포츠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고른 덕분인지 예상보다 할 말이 모자라진 않았다. 모자란 건 어휘력뿐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말하기 속도와 어휘의 다양성 등을 분석한 정량 평가 결과(왼쪽)와 튜터가 직접 작성한 정성 평가 결과를 ‘피드백 리포트’로 받아볼 수 있다. 링글 앱 화면 갈무리
수업이 끝나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말하기 속도와 어휘의 다양성 등을 분석한 정량 평가 결과(왼쪽)와 튜터가 직접 작성한 정성 평가 결과를 ‘피드백 리포트’로 받아볼 수 있다. 링글 앱 화면 갈무리

수업이 끝나자 ‘피드백 리포트’가 날아왔다. 피드백 리포트는 인공지능(AI)이 수업 내용을 말하기 속도, 어휘, 표현 범위 등을 기준으로 분석한 정량 평가와, 튜터가 직접 작성한 정성 평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음…’, ‘그러니까…’ 같은 불필요한 단어를 얼마나 자주 썼는지, 반복해서 사용하는 표현을 대체할 만한 표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 보여줬다. 음성-문자 변환(STT·speech to text) 기술을 활용해 수업 내용을 텍스트로 옮긴 스크립트를 읽으며 말하기 습관을 되짚어볼 수도 있다.

서비스 이용 초기 수업 평가 보고서에 반복적으로 나타난 지적은 ‘a’와 ‘the’ 등 관사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고, 명사를 복수형으로 또는 단수형으로 써야 하는 경우를 자주 헷갈린다는 점이었다. “그 정도 실수라면 상대방이 내 말뜻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으니, 원어민인 동료나 친구 입장에선 굳이 바로잡아주기에도 좀 뭐하잖아요. 그러니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틀리게 말하고 있다는 걸 알 기회가 없는 거죠.”

이승훈 대표에 따르면, 링글 수강생의 25%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 머무는 이들이다. 즉, 이미 영어를 매일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런 분들일수록 피드백 리포트를 받아본 뒤 ‘내가 10년 동안 이런 실수를 해 왔구나’ 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걸 깨닫는 순간만큼 영어 실력이 늘기 좋은 순간은 없어요.”

최근 링글은 이용자가 매일 미리 설정한 시각에 푸시 알림을 보내 최근 수업에서 배운 표현을 5~10분 안에 복습하도록 하는 ‘바이트 사이즈 피드백’ 기능을 시범 출시했다. 링글 제공
최근 링글은 이용자가 매일 미리 설정한 시각에 푸시 알림을 보내 최근 수업에서 배운 표현을 5~10분 안에 복습하도록 하는 ‘바이트 사이즈 피드백’ 기능을 시범 출시했다. 링글 제공

이승훈 대표는 “꼭 30초씩 늦는 수강생들을 어떻게 하면 수업 시작 시간보다 5분 먼저 노트북 앞에 앉아 지난 수업에서 보완할 점을 복습하도록 유도할지, 그렇게 앉혀 놓은 수강생들을 어떻게 40분 내내 집중시킬지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이 문제 역시 기술을 활용해 풀어나갈 계획이다.

최근 링글은 날마다 이용자가 미리 설정한 시각에 알림을 보내, 최근 수업에서 배운 표현을 다시 듣고, 읽고, 외워서 말하고, 응용 문장을 만들어 보는 등 복습을 5∼10분 안에 부담 없이 끝내도록 돕는 ‘바이트 사이즈 피드백’ 기능을 시범 출시했다. 또 처음에는 구글이 앱 개발 도구(APK) 형태로 제공하는 ‘구글 독스’를 실시간 대화 교정에 활용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튜터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긴 ‘링글 독스’를 개발해 교습 환경을 개선했다.

링글은 지난해 6월 머스트자산운용 등으로부터 215억원 규모의 시리즈 에이(A)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링글 기업 가치는 1000억원가량으로 평가됐다.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높다. 이승훈 대표는 “지금까지 확보한 아이비리그 튜터 풀을 활용해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일본·중국 등에서 영어를 익히려는 이들로 고객층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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