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다음 달 4일부터 12개 나라에 광고가 포함된 ‘저가 요금제’를 출시한다. 넷플릭스 제공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다음 달 4일부터 광고를 포함한 ‘저가형 요금제’를 선보인다. 기존 구독자 이탈을 막고 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14일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고, 11월4일부터 월 6.99달러(약 1만원)짜리 광고요금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 이용 요금은 월 5500원으로 책정됐다. 넷플릭스는 저가요금제를 미국·영국·캐나다·멕시코·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호주·일본·브라질 등 12개 나라에 출시한다.
이용자 쪽에선 요금 상품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게 장점이다. 저가요금제는 기존 스탠다드 요금제(1만3500원)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저가요금제를 사용하면 연간 10만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대신 영상 재생을 시작할 때와 중간에 광고를 봐야 하는 게 시청을 방해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1시간 영상을 시청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4~5분가량 광고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15~30초 분량의 광고가 콘텐츠 시작 전과 중간에 각각 들어간다.
저가요금제 가입자는 일부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콘텐츠를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저장해 볼 수 없고, 영상 화질도 최고 720p(HD급)으로 제한된다. 저작권 문제 등으로 광고를 붙일 수 없는 콘텐츠들의 시청도 제한된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일부 영화나 텔레비전 쇼를 시청할 수 없다. 기존 콘텐츠 중 5~1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선택은 그동안 콘텐츠 품질과 이용자 만족도 유지를 위해 광고 없는 서비스를 지향한 경영 방향을 선회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구독자 117만명이 이탈하는 등 위기가 감지된 뒤 저가요금제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업계에선 넷플릭스의 저가요금제 출시에 따른 추가 수익(구독료+광고비)을 연간 85억달러(약 11조468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경쟁사 디즈니플러스도 광고요금제 출시를 위해 다음 달 3일부터 새 약관을 적용한다. 새 약관에는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서로 다른 등급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월간과 연간 요금제만 운용해왔지만, 다음 달부터 서비스에 차등을 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2월 초 미국에서 출시할 광고요금제는 월 구독료가 7.99달러로 책정될 예정이다. 기존 구독료를 유지하는 대신 광고가 붙는 것이다.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 상품을 이용하려면 월 10.99달러를 내야 한다. 연간 구독 결제 시 총액은 109.99달러로, 다달이 요금을 낼 때보다 16%가량 할인된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오티티 사업자들도 광고요금제를 검토 중이다. 글로벌 오티티 업체들이 저가요금제를 출시한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요금제 정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오티티 회사 관계자는 “너무 가격 인하에만 초점을 맞추면 서비스와 콘텐츠 경쟁력이 나빠 질 수 있다”며 “글로벌 오티티 시장과 국내 시장 차이 등을 고려해 요금제 개편 등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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