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남궁훈 각자대표의 사퇴를 알린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 카카오 캐릭터 라이언과 춘식이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5일 오후 발생한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닷새가 지나도록 완전 복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 발생과 장기화 책임을 두고 카카오와 에스케이씨앤씨가 서로 네 탓 공방에 나서고 있다. 지하 전기실 한켠에서 발생했다가 바로 진압돼 데이터센터에 별 피해도 주지 않은 화재를 이유로 ‘국민 메신저’를 자처하던 행정 서비스까지 제공하던 카카오톡이 며칠째 멈춰섰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용자들의 불만과 보상 요구 목소리가 커지자 상대에게 책임을 떠미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에스케이씨앤씨가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을 예고 없이 갑자기 전부 차단해 서비스 먹통 사태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임원은 <한겨레>에 “에스케이씨앤씨가 서버로 공급되는 전력을 갑자기 차단해 서비스 제공에 사용되던 서버들이 일시에 동작을 멈추면서 서비스 장애로 이어졌다. 날벼락 맞은 꼴”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어 “이번 서비스 멈춤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진다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전력을 차단해 서버를 죽게 만든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즉 에스케이씨앤씨 쪽이 먼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멈춤 사태 장기화 책임도 에스케이씨앤씨 쪽으로 돌렸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재개가 늦어져 서버 및 서비스 복구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이 업체 쪽은 화재 발생 나흘째인 지난 18일까지도 전체 서버의 72%에만 전력이 공급됐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는 19일 <연합뉴스>에 “18일 오전 기준 에스케이씨앤씨 판교데이터센터에 두고 있는 서버 3만2천대 가운데 2만3천여대를 복구했으나, 남은 9천여 대에는 전원이 공급되고 있지 않은 상태”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에스케이씨앤씨의 전력 공급 재개율 95% 발표에 대해서도 “판교데이터센터 건물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고 반박했다.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남궁훈 각자대표의 사퇴를 알린 19일 화재사고가 일어난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주차장에 화재조사 차량이 세워져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에스케이씨앤씨는 “화재로 전력 공급을 차단해 서비스 장애 사태를 일으킨 1차적인 책임은 있으나, 장기화 책임은 카카오 쪽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서비스 장애 장기화는) 서버 이중화 등 재해 시 복구 대비 투자를 소홀히 한 카카오 쪽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에스케이씨앤씨는 예고 없이 전력을 차단했다는 카카오 쪽의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에서는 화재 진압과 소방대원 안전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데이터센터에는 화재 감지·대응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지하 전기실서 열이 발생하는 것을 감지하는 즉시 해당 장소를 차폐한 뒤 고압 방화가스를 주입해 진압에 나섰으나 배터리 선반(랙) 한 곳에서 계속 열이 발생했다. 소방대원이 직접 진입해 물을 뿌려 꺼야 하는데, 고압 전선이 많은데다 화재 피해를 입어 감전 사고가 예상됐다. 소방서 쪽과 협의해 건물 전체 전력을 차단한 뒤 소방대원이 진입해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며 “지금도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적절한 결정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씨앤씨 쪽은 전력 공급 재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소방서 쪽의 안전 확인을 받아 한가닥씩 전력 공급을 재개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에스케이씨앤씨 쪽은 “판교데이터센터에는 네이버 서버도 있었고, 그에 따라 네이버 서비스에서도 장애가 발생했지만 바로 복구됐다. 아이비엠(IBM) 서버도 있었지만 바로 복구돼 별다른 고객 피해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들 업체 서비스와 달리 카카오 서비스 장애만 길어진 점을 들어 “카카오 쪽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 대형 소프트웨어업체 출신 엔지니어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재난 대처가 판이했던 건 기술적 차이보다는 경영 관련 마인드셋과 그에 따른 운영 방식의 차이에 기인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피해상황을 보면, 데이터센터 건물이나 공조시설에는 별 피해가 없었고, 카카오 서비스 먹통 장기화에 따른 이용자 불편과 피해가 컸다. 화재 발생 원인보다는, 화재 진압 시 서버에 공급되는 전력을 포함해 데이터센터 건물 안으로 공급되는 전력을 일시에 모두 차단한 게 적절한 판단이었냐가 더 큰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며 “이용자 쪽의 배·보상 요구 목소리가 커질수록 공방이 가열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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