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카카오 “무료 이용자도 보상…SK C&C와 잘잘못 안 따질 것”

각자대표 사퇴 남궁훈 “전체 서비스 점검·쇄신”
홍은택 “공공성 띠는 서비스, 책무 다할 것”
복구 지연은 “개발·운영 도구 이중화 미흡 탓”

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카카오가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등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이용자와 협력업체 등에게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지는 차원에서 대표직을 물러나 재난대책 마련에 전념하기로 했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홍 대표는 “카카오톡은 이제 국민 대다수가 쓰기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이지만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책무에 소홀한 점이 없도록 하기 위해 무엇보다 복구가 늦어진 이유를 고통스럽더라도 철저히 파헤치고, 그 결과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 전체 시스템을 점검·쇄신해 이용자들이 다시 안심하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도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카카오는 이날 개설한 공식 채널로 들어오는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유료 서비스뿐 아니라 무료 서비스 이용자와 파트너 등 여러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보상 기준을 빠르게 마련해 가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멜론, 카카오페이지 등 유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보상은 지금도 바로바로 하고 있지만,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며 생긴 피해에 대해서는 신고를 받아본 뒤 사례를 살펴 정책을 세워야 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판교데이터센터 운영사 에스케이씨앤씨는 배상책임보험과 재물피해보상보험, 정보 및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전문직 배상책임보험, 전자금융거래 배상 책임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카카오는 영업 중단으로 인한 이용자 배·보상을 위한 기업휴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케이씨앤씨가 가입한 보험으로 카카오 업무가 지연된 데 따른 보상은 가능해도, 서비스가 중단돼 이용자가 본 피해까진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홍 대표는 “아직 보상 규모를 확정해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직·간접적 보상으로 인해 기업이 휘청거리거나 재무적으로 다른 사업을 못 하게 되는 정도의 부담은 없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또 “이용자 배·보상 과정에서 에스케이씨앤씨와 어느 쪽 잘못이 더 크고 작은지 따지지 않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화재와 서비스 먹통 사고 닷새째인 이날까지 완전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홍 대표는 “서비스 주요 데이터와 응용프로그램 이중화는 되어 있었으나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 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전체가 셧다운된 일이 전무하다 보니 저희도 이런 경우는 상정하지 않고 트래픽 폭증 상황에만 초점을 둔 채 ‘제야의 종소리’라는 이름으로 이중화 등 재난 대비 훈련을 해 왔다”며 “이런 판단 오류를 발견한 것이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교훈”이라고 말했다. 또한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이 안정화하는대로 이들 도구 이중화를 시작해, (안정화 시점 기준) 2개월 안에 유사 사고를 막을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홍 대표는 “카카오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전체 서버 9만여대를 네 군데에 나눠 놓고 사고 시 서로 백업하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판교 데이터센터가 전체 서버의 30% 가량을 둔 메인 센터라서 피해도 크고 복구 속도도 느렸다”며 “데이터센터 자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460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안산과 시흥 두 곳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2023년 9월에 완공돼 2024년 1월 개통 예정인 안산 제1데이터센터에는 서버 12만대 가량을 설치할 수 있다. 시흥 제2데이터센터는 2024년 1월 착공 예정이다.

홍 대표는 “자체 센터 구축 전에도 추가 데이터센터를 최대한 빨리 확보하고,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네 곳 이중화를 마무리하겠다. 1센터와 2센터도 전용구로 연결해 사고 시 서로 쉽게 백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해 복구 시스템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갖출 계획이냐는 질문엔 “비금융 기업이 금융권 수준의 재해 복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지는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도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남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카카오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남궁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 소위를 도맡아 유사 사태 재발 방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남궁 대표는 “물과 공기의 중요성을 평소에는 모르다가 없어져야 깨닫는 것처럼, 매출과 영업이익 중심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려 오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 영역에 더 깊이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기 위해, 사고 원인을 세세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해 많은 엔지니어가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카카오가 서비스와 계열사 등을 무리하게 확장하려다가 감당 못할 수준에 이른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냐’는 질문에 “앞선 일들과 이번 사고는 동떨어진 일이지만 이용자나 국민들이 보기엔 비슷한 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카카오뿐 아니라 내부 계열사들이 무엇을 쇄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답했다.

정인선 기자 [e-mail], 남지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