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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눈속임 설계’로 쌓아올린 카카오 왕국…“이젠 의존도 낮출 때”

등록 2022-11-02 14:55수정 2022-11-02 15:03

법무법인 지향·진보넷·정보인권연구소 토론회
“유럽연합·미국 기준으로도 명백한 규제 대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계기로,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고 ‘눈속임 설계’(다크패턴)를 쓰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정보인권 시민단체 쪽에서 나왔다.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지난 1일 진보네트워크센터·정보인권연구소가 함께 연 ‘공룡이 된 플랫폼에 끌려가는 한국 사회, 이제 제도적 대안을 모색할 때’ 온라인 토론회에서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이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을 용이하게 하는 ‘눈속임 설계’로 구축한 생태계를 바탕 삼아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넓히며 독점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메타 같은 국외 빅테크 기업들이 ‘회원 개인정보를 쉽게 나눠가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인책 삼아 플랫폼 비즈니스를 펼치는데, 카카오도 마찬가지 사업 모델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로그인’, ‘카카오 싱 크’, ‘카카오 채널’, ‘카카오 픽셀’ 등 기업·소상공인들을 겨냥한 기능들이 사회 전반의 플랫폼 의존도를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싱크 솔루션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카카오 로그인을 통해 제3자 사이트에 가입할 때 ‘동의하고 계속하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카카오가 수집한 이메일과 전화번호, 성별, 배송지 등 정보가 제3자에게 바로 제공된다. 카카오비즈니스 누리집 갈무리
카카오싱크 솔루션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카카오 로그인을 통해 제3자 사이트에 가입할 때 ‘동의하고 계속하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카카오가 수집한 이메일과 전화번호, 성별, 배송지 등 정보가 제3자에게 바로 제공된다. 카카오비즈니스 누리집 갈무리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상태로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 변호사는 소상공인 등이 누리집에 카카오 로그인 기능을 쉽게 탑재하도록 돕는 솔루션인 카카오싱크를 예로 들었다. 카카오싱크 솔루션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카카오 로그인을 통해 제3자 사이트에 가입할 때 ‘동의하고 계속하기’ 버튼 하나만 누르기만 하면 카카오가 수집한 이메일, 전화번호, 성별, 배송지 등 정보가 해당 사이트에 바로 제공된다. 제3자는 카카오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개인화 광고나 마케팅 활동도 벌일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카카오로 시작하기’, ‘동의하기’ 등 버튼은 눈에 띄는 크기와 색으로 된 반면, 약관을 꼼꼼히 읽어보려면 눈에 잘 띄지 않는 ‘보기’ 버튼을 눌러 세부 내용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카카오가 연동 기능을 기반으로 커머스 등 여러가지 사업을 강화했다. 그런데 이번 화재로 로그인과 인증 등 서비스가 멈추면서 카카오 플랫폼에 연동된 수많은 서비스가 연쇄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 시카고대 조지 스티글러 센터가 2019년 펴낸 보고서도 ‘시장 지배력이 행동 편향과 결합할 때 소비자 피해가 가장 커진다’고 지적했는데,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꼬집었다.

‘카카오로 시작하기’, ‘동의하기’ 등 버튼은 눈에 띄는 크기와 색으로 된 반면, 약관을 자세히 읽어보려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의 ‘보기’ 버튼을 눌러야 한다. 카카오비즈니스 누리집 갈무리
‘카카오로 시작하기’, ‘동의하기’ 등 버튼은 눈에 띄는 크기와 색으로 된 반면, 약관을 자세히 읽어보려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의 ‘보기’ 버튼을 눌러야 한다. 카카오비즈니스 누리집 갈무리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이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디지털서비스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를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유럽연합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4500만명을 넘는 경우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간주해 눈속임 설계 사용을 금지하고 광고 투명성을 보장하게 하는 등 가장 강력한 수준의 의무를 부과하는데, 카카오톡은 이 기준으로 보면 대규모 온라인 사업자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도 적절한 규제를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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