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가 16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케이티 제공
“아들이 유치원에 간 뒤로 누나에게 과자 양보를 잘 안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의 욕심 때문에 남매가 간식을 사이좋게 먹지 못해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아이가 양보하고 나눠 쓰면 더 큰 이익이 생긴다는 걸 아직 많이 경험하지 못했나 봐요. 눈앞에 보이는 것만 추구하고, (마음대로) 안 되면 떼를 쓰면 된다는 간단한 요령만 터득한 나이입니다.”
육아 관련 고민을 이야기하자 오은영 박사가 답했다. 진짜 오 박사는 아니고, 오 박사의 책과 상담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학습한 인공지능(AI)이 대신 답한 내용이다. 케이티(KT)가 ‘오은영 인공지능 육아 상담’ 등 이용자 상황을 인지해 감성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들을 앞세워 국내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을 키워 가기로 했다.
케이티는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버서더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최근 연임 도전을 선언한 구현모 케이티 대표는 초거대 인공지능 상용화, 인공지능 인프라 혁신, 인공지능 인재 양성 등을 세부 전략으로 제시했다.
케이티는 그동안 개발해 온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믿음’(MIDEUM, Mindful Intelligence that Dialogs, Empathizes, Understands and Moves)을 이날 처음 선보였다. 배순민 케이티 에이아이투엑스엘(AI2XL) 연구소장은 “믿음은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에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과 달리 해석과 생성에 모두 능하다.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되어 있고, 논리적 의사소통 뿐 아니라 감성적 의사소통도 잘 하며, 외부 지식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티는 기업 고객들이 필요한 자연어 처리 엔진을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는 도구 ‘미듬 렛츠(LETS, Language Experiment Tool Suite)’도 제공할 예정이다.
케이티는 이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물류산업 혁신 사업모델도 소개했다. 최강림 케이티 인공지능·모빌리티 사업단장은 “유통과 소비 방식이 변화하며 물류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업무 처리 방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며 “케이티는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2020년부터 연구·개발한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물류 플랫폼들을 지난해 6월 처음 사업화해, 1년 반만에 누적 매출 756억원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기반 운송 플랫폼 ‘리스포’는 75개 파라미터를 바탕으로 화물차들에 최적의 운송 경로를 제시한다. 케이티에 따르면, 지에스(GS)25 편의점 물류센터 두 곳의 차량 75대에 리스포 플랫폼을 적용한 결과 일일 운행 거리가 11% 줄었다.
인공지능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 혁신 계획도 밝혔다. 구현모 대표는 “인공지능 모델을 돌리는 데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80% 이상이 엔비디아에 의해 생산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갖고 번 돈을 결국 해외 기업에 다 갖다줘야 한다”며 “내년까지 기존 대비 3배 이상 효율을 갖춘 한국형 인공지능 반도체 ‘풀 스택’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칩 전문 기업 ‘리벨리온’과 인프라 솔루션 기업 ‘모레’ 등에 투자하고, 카이스트·한양대·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최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등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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