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산업 발전과 함께 다양한 구독 서비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독 경제’가 진화하고 있다. 신문이나 우유를 주기적으로 받아보던 초기 형태를 넘어, 차량의 가속력 향상 기능이나 최저가 상품 정보까지 구독하는 모델로 서비스가 고도화하고 있다. 커지는 시장 규모에 발맞춰 정보기술 업체들이 너 나 없이 구독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차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커머스 전문업체 코리아센터는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의 온라인 최저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최저가 구독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코리아센터가 운영하는 에누리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생필품·식자재 등을 구독 지정하면, 알림 알고리즘이 국내 오픈마켓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해당 구독 모델은 특정 상품이 아니라 최저가 정보를 구독하는 중계 프로그램이라는 특징이 있다. 구독 서비스 이용료는 무료다. 에누리는 최저가 구독을 통해 에누리와 연동되는 오픈마켓과 쇼핑몰에서 구매가 발생할 때마다 구매액 가운데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에누리가 오픈마켓 상품의 최저가를 비교해주는 플랫폼으로 성장한 만큼,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이다.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는 “에누리 플랫폼에는 자체 결제 시스템이 없다”고 설명하며 “이해상충에서 자유롭게 오픈마켓과 공생할 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코리아센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김기록 대표가 가격 구독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리아센터 제공
구독 서비스는 특정 상품의 추가 기능을 돈을 내고 이용하는 모델로도 세분화하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북미 시장에서 연간 1200달러(159만원)를 내면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가속력 향상 기능을 구독 모델로 출시했다. 일부 전기차 모델의 전기 모터 출력과 가속 소프트웨어 기능을 향상하는 기술로, 자동차 쪽 구독 모델 시장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영상 중간의 광고를 제거하거나 동영상을 다운받을 수 있는 기능을 구독하는 조건으로 월 7900원의 요금을 내는 유튜브 프리미엄, 월 3900원(PC 결제 기준)으로 모바일 메신저상의 이모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도 기능 구독의 대표 사례다.
구독 경제는 플랫폼 산업의 발전과 함께 규모가 커졌다. 초기엔 온라인 정기 배송 모델로 시작해 최근엔 빅데이터·큐레이션 기술 등과 접목되며 소비자가 선호하는 서비스를 맞춤 추천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 쪽에선 사업 모델을 세분화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2025년 글로벌 구독시장은 3천조원, 국내 구독시장은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지출 부담을 키우며 논란을 부르기도 한다. 올 초 자동차업체 베엠베(BMW)가 좌석 난방을 위한 열선 시트를 월 18달러 구독모델로 출시하려다 역풍을 맞고 취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셜미디어 트위터는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게 인수된 뒤 유료 구독서비스 ‘트위터 블루’ 요금을 기존 4.99달러에서 8달러로 올려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리서치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국내 성인 스마트폰 사용자 57%가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이고, 평균 2.2개 서비스에 월평균 4만3천원을 지출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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