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은 장애인고용공단 2017년 공모전 당선작
무신사·지마켓·컬리·크래프톤 등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해온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률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말로만 이에스지를 외쳤을 뿐, 실제로는 최소한의 사회적 고용 책임마저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한겨레>가 입수한 ‘2022년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사전 예고 대상 기업’ 명단에는 인터파크, 아마존웹서비시즈(AWS)코리아, 비바리퍼블리카 등 다수의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 명단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시 노동자 수 300명 이상 기업의 장애인 고용 상황을 조사해 의무고용률(3.1%)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기업들에게 의무고용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120곳이 올라있다. 사전예고를 받고도 연말까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기업 이름을 공표하고, 의무고용률 미이행 정도에 따라 1인당 최대 월 191만원의 고용부담금을 부과한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이커머스 기업 지마켓글로벌 등은 ‘장애인 0명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난해 말 기준 상시 노동자 수는 636명으로 19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지만, 한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지마켓은 이마트에 인수된 뒤 장애인 노동자가 6명으로 늘어났지만, 고용률은 0.6%에 그쳤다.
무신사·컬리 등 주요 버티컬 플랫폼(온라인 전문몰)들도 낙제점을 받았다. 무신사는 직원 수 대비 장애인 38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올해 말 기준 장애인 노동자는 12명(장애인 고용률 0.9%)에 불과했다. 새벽배송 전문 플랫폼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달 말 기준 장애인 고용을 33명까지 늘렸지만,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 117명에는 한참 못미친다.
이커머스 기업 티몬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본사 1층에 장애를 가진 직원들이 일하는 ‘티몬위드유카페’(TWUC)를 개점했다. 티몬 제공
세계적인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의 장애인 고용 의무인원은 48명이지만 실제 고용 인원은 4명(0.3%)밖에 되지 않았고, 넷게임즈도 20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2명(0.3%)을 고용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의 장애인 고용률은 0.7%(의무고용 인원 26명 중 6명), 메가존클라우드는 0.9%(26명 중 8명)였다.
해당 기업들은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의 특성상 관련 직무에 적합한 업무 능력을 보유한 장애인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청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개발자 등 주요 인력 확보와 매출 성장에 우선 집중하다 보니 장애인 채용 문제를 등한시한 부분이 있었다”며 “회사가 계속 커지는 상황이라서 빠르게 늘어나는 직원 수 대비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을 채우기 어려운 고충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회사 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를 활용해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하는 기업들도 많다. 정부는 장애인 고용 목적의 자회사에서 채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의 고용률에 산입해주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커머스 기업 티몬은 지난해까지 장애인 고용률이 0.5%에 못 미쳐 한해 2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냈지만, 최근 강남구 본사에 장애인 직원이 일하는 ‘티몬위드유카페’(TWUC)를 만들어 고용의무를 지켰다. 카카오 판교 사옥의 커피숍 등 직원복지 시설에도 자회사 ‘링키지랩’ 소속 장애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게임 기업인 넥슨의 자회사 ‘넥슨커뮤니케이션즈’에선 장애가 있는 직원들이 고객 문의 사항 대응과 온라인 게시판 모니터링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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