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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1초가 다르게 똑똑해지는 챗GPT…‘오케이 구글’ 시대 끝나나

등록 2023-01-02 07:00수정 2023-01-02 11:55

시·소설·논문·기사…텍스트 기반 창작 능통
인간 대체 불가능…윤리성 높이는 일 숙제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ChatGPT).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ChatGPT).

미국 인공지능 연구조직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내놓은 언어 생성 인공지능 모델 ‘챗지피티’(ChatGPT)가 문학 작품, 프로그래밍, 논문·기사 작성 등 텍스트 기반 창작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 모델’들이 고도화되면 빅테크 기업들의 기존 사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시범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챗지피티가 일주일이 채 안 돼 1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끌어모은 것만 봐도 그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생성 인공지능 모델(generative AI)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모델을 뜻한다. 이용자가 입력한 음성이나 텍스트, 이미지 등을 인식해 의미를 분석하는 ‘인식 모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성 모델은 이용자가 필요로하는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낸다. 여기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기계학습(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쓰인다.

오픈에이아이의 챗지피티는 생성 인공지능 모델, 그 가운데서도 언어 생성 인공지능 모델의 수준을 급속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용자가 입력한 텍스트의 여러 가지 맥락과 조건을 고려해 맞춤형 대답을 내놓는데 특화됐다는 후기가 지난 한 달간 쏟아졌다. 당장 트위터에 ‘챗지피티’를 검색하면, “에미넴 스타일로 랩 가사를 써 달라고 했더니 놀라운 결과를 내놨다”거나, 작업 중인 코드를 챗지피티에 입력해 오류를 잡아내 달라고 해 도움을 받았다는 등 ‘간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생성 인공지능 모델의 위협을 가장 크게 느끼는 분야는 단연 검색엔진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덕에 뛰어난 검색 능력을 갖춘 챗지피티는 이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정제된 맞춤형 답변을 친근한 대화체로 내놓는다 . 반면 검색엔진을 이용해 정보를 찾으려면 키워드를 입력한 뒤 나오는 수많은 자료에 일일이 들어가 개중에 쓸모있는 것을 이용자가 직접 추려내야 한다 . 챗봇이 내놓는 정보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 챗봇을 활용하면 정보 습득 방식이 훨씬 간편하고 매끄러워질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 텍스트보다 영상과 이미지 에 익숙한 엠제트 (MZ) 세대가 궁금한 걸 검색할 때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창 대신 유튜브나 틱톡 , 인스타그램 등 을 찾는 것처럼 , 앞으로 ‘챗봇 네이티브 ’ 세대가 등장한다면 전통적인 형태의 검색엔진은 설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

지난 수십년간 검색 분야에서 다른 경쟁자의 추종을 불허해 온 구글은 챗지피티가 보인 성과에 실제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보도를 보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는 의미의 ‘코드 레드’ 경보를 내리고, 사내 여러 조직에 챗지피티가 구글의 검색엔진 등 사업에 어떤 위협을 줄 수 있는지 분석해 이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5월 “검색의 미래는 대화에 있다”고 선언하고,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가 이용자와 더 매끄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음성 및 언어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계학습 작업을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데 적합하도록 설계한 스마트폰용 칩 ‘텐서’를 통해, 실시간 대화와 유사한 수준의 상호작용이 점차 가능해질 거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내놨다. 그런데 이런 목표에 오픈에이아이가 먼저 다가간 셈이니 구글 입장에선 위협적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벤처 투자·육성 회사 앤틀러는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 모델들이 검색뿐 아니라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 창작, 프로그래밍, 챗봇, 머신러닝 플랫폼, 게임, 데이터 등 10개 분야에 주로 쓰이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벤처 투자 회사 앤드리센호로위츠(a16z)는 생성 인공지능 모델이 게임과 같은 콘텐츠 창작 과정의 장벽을 크게 낮춰 창작자들이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준 일러스트나 음원을 싼값에 구매해 다른 콘텐츠 창작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셔터스톡’이나 ‘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이미지 공유 플랫폼들과 ‘아티스트리’, ‘에픽사운즈’ 등 음원 플랫폼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생성 인공지능 모델이 인간의 창작 활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 지배적이다. 강정수 미디어스피어 이사는 최근 ‘세상을 바꾸는 생성 인공지능과 일자리 및 임금의 미래’라는 글에서 “인공지능 콘텐츠 생성기는 창의적인 일자리(jobs)를 대체하기보다, 하나의 창작물이 탄생하기까지 필요한 수많은 작업(tasks) 중 많은 부분을 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성 인공지능 모델이 인간의 창작 활동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협업해 창작 활동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생성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가 널리 퍼져 일상에서 쓰이려면 적지 않은 산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든다.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검색해 맞춤형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내려면 대규모 컴퓨팅 파워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픈에이아이만 하더라도 지금은 연구에 활용할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이용자들이 챗지피티 서비스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시범적으로 열어 두고 있지만, 앞으로 유료로 전환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샘 앨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5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트위터를 통해 “대화 하나에 비용이 얼마나 드냐”고 묻자 “채팅당 평균 수 센트일 것”이라며 “(비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적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생성 인공지능 모델이 만들어낸 창작물의 정확도와 윤리성을 높이는 일 또한 숙제다. 챗지피티를 이용해 본 이들은 “겉으로 그럴싸해 보이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능하지만, 틀린 정보를 보여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웹에 흩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그 데이터들에 담긴 인간의 선입견을 재생산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챗지피티에게 스탠드업 코미디 대본을 작성해 보라고 요청했더니 성차별적 답변을 내놨다는 후기도 나온다. 이외에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이 다른 누군가의 창작물을 재료 삼아 학습한 결과라면 그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샘 앨트먼 최고경영자는 “챗지피티(의 성능)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당장 중요한 일을 챗지피티에 의존해 처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챗지피티는 앞으로의 진보를 미리 보여주는 것일 뿐, 더 견고하고 믿을만해 지려면 많은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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