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엑스(X)’가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신청하면서, 국내에서 어떤 사업을 펼치려는 것인지 여러가지 예측이 나온다. 비싼 가격 탓에 개인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선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도, 비행기·선박처럼 기존에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어려웠던 곳이나 전기차 충전소처럼 특수 용도에 맞는 인터넷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서 스페이스엑스의 저궤도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이스엑스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력하는 대신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을 택했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5일 설립예정법인 형태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영업일 기준 30일 안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르면 올해 2분기 안에 국내에서 서비스를 처음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접시형 안테나, 라우터, 충전지 등으로 구성된 장비 세트를 이용하면 지상 기지국과 중계기를 거치지 않고서도 단말기가 저궤도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 스타링크 누리집 갈무리
스페이스엑스는 머스크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우주 탐사 기업이다. 우주 발사체 사업과 더불어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운영한다. 저궤도 위성이란 고도 3만6000㎞ 이상 높이에서 지구 자전 주기와 같은 속도로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정지궤도위성과 달리, 2000㎞ 미만의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움직이는 위성을 뜻한다. 접시형 안테나와 라우터, 충전지 등으로 구성된 장비 세트만 있으면 지상에 설치된 기지국이나 중계기를 거치지 않고서도 스마트폰 등 단말기가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 이에 재난 상황 또는 기지국 설치가 어려운 산간 등 오지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업계에선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가 국내 개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는 별다른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지궤도 위성보다 지구와 가까이서 움직이기에 지연율(latency)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결 속도가 200Mbps(초당 메가비트) 수준으로 5세대(G) 이동통신 등 기존 서비스보다 느려서다. 이용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장비 가격만 세트당 600달러에 이르고, 월 이용료도 110달러로 비교적 높다.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지역이라면 몰라도 이미 초고속인터넷이 곳곳에 깔린 한국의 이용자들에게는 유인이 크지 않다.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망은 선박, 비행기 안 등 지상 기지국과 연결이 어려운 특수한 공간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쓰일 수 있다. 스타링크 누리집 갈무리
비행기·선박 등 지상 기지국과 연결이 어려운 특수한 공간에서는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 기반 인터넷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저궤도 위성을 이용해 기내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영공을 지나는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스타링크가 설비 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 형태로 국내 법인을 준비하는 걸로 보아,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보다 항공기와 선박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타링크는 이달 초 미국 하와이안항공과 업무협약을 맺고 기내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테슬라 전기차를 위한 인프라로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망이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 전용 급속 전기차 충전소 ‘슈퍼차저’에 스타링크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 와이파이망을 구축하면, 차주들이 충전과 동시에 차량 소프트웨어나 내비게이션 지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등을 업데이트하기 용이해진다. 실제로 테슬라는 차량 이용자들에게 소프트웨어와 지도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차량을 와이파이에 연결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지난해 들어서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의 테슬라 충전소에 스타링크 전파 수신기가 설치된 모습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