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미래를 만드는데 동참하십시오.” 챗지피티(ChatGPT) 운영사 오픈에이아이(Open AI) 누리집 첫 화면 갈무리. 인공지능 개발자 모집 공고가 가장 먼저 뜬다.
인공지능(AI) 챗봇 ‘챗지피티(ChatGPT)’가 출시 석달도 안돼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챗지피티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일론 머스크 등 ‘인공지능을 염려하는 그룹’이 창설한 인공지능연구소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지난해 11월30일 선보인 서비스다. 5일도 안돼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지금은 1억명을 돌파하는 등 지구상의 어떤 서비스보다 압도적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엔 상용 서비스도 출시됐다.
챗지피티란 호칭 가운데 ‘챗(Chat)’은 ‘대화’를, 지피티(GPT)는 ‘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란 뜻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설계된 초거대 인공지능(Hyperscale AI)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건넨 질문에 대화하듯 답을 ‘생성’해 내놓는 서비스라고 해서 ‘생성 에이아이(AI)’라고도 불린다. 인간이 써둔 콘텐츠를 검색해 결과값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성’했다고 주장하는 당돌함이 이 챗지피티 서비스의 핵심이고, 2023년 전세계가 이 결과값에 열광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에이아이(AI)·미래전략센터(이하 미래전략센터)는 미래세대에선 결국 인공지능(AI)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챗지피티는 혁신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란 제목의 이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아이들은 궁금증을 인공지능으로 해소하고 인공지능으로 여가를 즐기는 ‘에이아이(AI) 네이티브’로 성장”한다. 또한 이들 세대는 큰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회와 위기의 사이에 위치해 있다.
“구글은 끝났다(Google is done).” 챗지피티 출시 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쓴 기사 제목이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챗지티피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창업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래전략센터는 보고서에서 “텍스트보다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엠제트(MZ) 세대가 궁금한 것을 검색할 때 구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대신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찾는 것처럼, 앞으로 ‘챗봇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검색 엔진은 경쟁력이 잃고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검색엔진 연구의 일환으로 상반기 중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 ‘서치지피티(GPT)’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전략센터는 동시에 지식을 얻기 위한 노력이 줄어드는 세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간의 지식은 자신의 직접 경험이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타인의 경험을 학습함으로써 축적되는데, 이 과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작문이나 컴퓨터 코딩 등 과제 해결에 챗지피티를 사용할 경우, 학습 능력이 저하될 것이라 우려한다. 미국 뉴욕시 등 일부 공립학교들은 교내 챗지피티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현상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만든 자료가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의 자료가 되도록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난 3일 <로이터> 통신은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이 챗지피티의 인공지능 기술 관련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진실 여부에 대한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한 챗지피티의 답변은 겉보기에는 논리적이고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은 잘못된 정보이거나 큰 내용이 없는 무의미한 껍데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이슈’다.
존재하지 않는 환각을 보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없는 답변, 틀린 답변을 제시한다면, 이에 익숙해진 미래세대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개발자들의 질의응답 사이트 ‘스택오버플로우(Stack Overflow)’는 이런 점을 들어 챗지피티를 통해 생성한 답변을 등록하는 것을 당분간 금지하기로 했다.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샘 알트만 최고경영자(CEO)도 트위터를 통해 “사용자가 중요한 일에 챗지피티를 의존하는 것은 실수이며, 여전히 챗지피티는 진실성 부분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밝혔다.
초거대 인공지능 개발에 나서고 있는 케이티(KT)는 지니티브이(TV)의 음성대화 기술을 발전시켜 오은영 박사(정신건강의학)의 저작물을 바탕으로 한 육아상담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렇듯 유명인의 경우에는 데이터의 출처와 저작권을 밝히고 생성 인공지능을 통한 결과값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작동 방식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콘텐츠 창작자들의 창작물은 거대한 데이터 속에 섞여 들어가고,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은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시, 소설, 에세이, 기사, 기술보고서, 사업계획서, 제품설명서 등을 마구잡이로 생성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챗지피티는 표절·대필 문제, 결과물의 신뢰성 문제, 저작권 문제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생산자, 창작자를 꿈꾸는 미래세대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미래전략센터는 “생성 인공지능 시대에는 광범위한 실업이 발생하거나 일부 직업은 대체될 것이고, 일부 직업은 확대되거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재창조되는 등 수십억 근로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픈에이아이(OpenAI)는 지난 1일 월 20달러짜리 유료 서비스 ‘챗지피티 플러스’를 출시했다. 무료 버전은 사용자가 몰리면 ‘'현재 용량이 가득찼다”는 알림과 함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유료 버전에선 그런 현상이 없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한 순간에 생성 인공지능을 위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이용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가 갈라졌다. 생성 인공지능이 사회의 많은 기능을 대체하면서 이같은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이용 수준과 인공지능 교육 여부에 따라서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하면서도 아직까지 서울시교육청조차 학생들에게 공평한 디지털 기기 활용 기회를 주는 ‘1인 1디바이스(기기)’ 보급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전략센터는 “학생들이 생성 인공지능의 정보 출처를 인지하고 자동화된 인공지능 모델의 사용법과 한계를 배울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S·구글·네이버부터 삼성전자까지
‘챗GPT 신드롬’에 바빠지는 발걸음
‘신드롬’으로 불리기까지 하는 생성 인공지능(AI) ‘챗지피티(ChatGPT)’ 열풍에 관련 업계의 대응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지피티 개발업체 오픈에이이아이(OpenAI)에 세 번째 투자를 했다. 2019년과 2021년에 이은 행보였는데, <블룸버그>는 이번 투자가 100억달러 규모라고 보도했다. 엠에스는 또한 오픈에이아이의 인공지능 기술이 내장된 유료 협업 솔루션 ‘팀즈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향후 검색 엔진 ‘빙(Bing)’도 챗지피티를 탑재한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챗지피티 열풍을 ‘코드 레드(code red)급 위협’으로 규정했던 구글 모회사 알파벳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는 지난 2일 “향후 구글 인공지능 언어 프로그램 ‘람다’(LaMDA)를 활용한 새 인공지능 기반 프로그램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표 검색 포털 네이버는 인공지능 검색서비스 ‘서치지피티(SearchGPT)’를 상반기 중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수연 대표는 “생성 인공지능의 단점인 신뢰성과 최신성 부족, 영어 기반 개발 모델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발생하는 정확성 저하를 네이버의 기술 노하우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티(KT)는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청소년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2020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인공지능 고등학교로 선정한 서울디지텍고, 선린인터넷고,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서울로봇고 등 10곳에 인공지능 활용 능력 자격시험을 도입해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적극적인 대응 투자와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공지능 시장이 활성화하면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220억달러(27조원) 규모에서 올해 553억달러(69조원)로 커졌고, 2026년엔 861억달러(10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성인식, 기계번역, 자율주행, 메타버스 이미지 분류 등 인공지능 산업의 응용 분야가 지속 확대되고 있어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이 요구하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개발을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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