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이사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정한 것을 두고 ‘셀프 연임’ 내지 ‘깜깜이 추천’ 비판이 제기되는 동시에 케이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케이티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문제를 원점에서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구 대표이사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 자격도 취소된다.
케이티 고위관계자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차기 대표이사 선임 문제를 두고, 현재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가 끝나는 대로 보도자료가 나갈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케이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케이티 이사회는 구 대표이사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을 백지화하고, 후보자 선임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티 이사회는 외부 인사들로 자문단을 꾸려 차기 대표이사 추천 후보군을 공모하는 절차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케이티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연임 의사를 밝힌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해 발표했다. 연임 자격 심사 절차로 정했다가, 구 대표 요청을 이유로 경선 절차를 추가로 밟았다. 하지만 현 대표이사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연임 자격 심사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정하는 절차가 케이티 정관에 명시돼 있지 않고, 이후 진행된 경선 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셀프 연임’ 내지 ‘깜깜이 추천’ 논란이 일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공개적으로 구 대표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케이티 이사회가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고 발표한 지 3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내어 “최고경영자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케이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원칙 가이드라인을 보면, 배임·횡령 혐의자는 반대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주주명부 폐쇄일(지난해 12월27일)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은 10.13%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는 주요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려는 자율 지침이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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