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이동통신 전시회 ‘엠더블유시(MWC) 2023’에서 피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역내시장 담당 전문위원이 기조연설을 하며 콘텐츠 사업자들의 통신망 비용 분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통신망(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는 문제를 놓고 전 세계적으로 공방이 거센 가운데,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이동통신 전시회 ‘엠더블유시(MWC) 2023’에서도 이 문제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유튜브처럼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CP)들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기 위해 법 제정을 추진 중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피에리 브르통 역내시장 담당 전문위원이 포문을 열었다.
브르통 전문위원은 이날 전시회 개막 기조연설을 하며 “막대한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에게 네트워크(망) 사용료를 부과하기 위한 입법 절차로 지난 23일부터 12주 기한으로 관련 기업·이용자·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브르통 전문위원은 망 사용료 논쟁이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통신사와 이를 이용해 콘텐츠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 사이에 이분법적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진정한 과제는 2030년까지 유럽연합 전역에서 시민들과 기업들이 빠르고 안정적이며, 데이터 집약적인 기가비트 연결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속도로, 즉 연결을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산업뿐 아니라 규제 또한 시대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며 망 투자비 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세 마리아 알바레스 팔레테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 의장 겸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 최고경영자도 “새로운 디지털 세상엔 모든 선수가 공평하게 기여해야 한다”며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의 협력이 더 많은 성장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의 크리스텔 하이데만 최고경영책임 역시 “트래픽 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과도한 지출을 통신사 혼자 부담하는 현재 상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인터넷 망을 사용하며 이익을 얻는 빅테크 기업들이 인프라 투자를 분담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게 맞냐는 화두에 대한 갑론을박은 전시회 개막 이튿날에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각) 오전 ‘네트워크 투자’를 주제로 진행되는 토론에는 르네이트 니콜라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통신분야 사무국장, 마니 마니모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디지털인프라 정책·규제 부문장,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부문 부사장, 마커스 레이니시 메타 유럽 공공정책부문 부사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지난달 넷플릭스의 새 수장이 된 그렉 피터스 공동대표도 이날 오후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하는데,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챗지피티(ChatGPT)’ 같은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대중화할수록 네트워크를 통해 주고받아야 하는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만큼, 망 사용료 관련 논쟁이 더 복잡한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오후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 학계 전문가는 “시대가 변할 때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 양이 달라지는데, 그 때마다 선별적으로 망 이용 대가를 묻는 것이 과연 ‘공정’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바르셀로나/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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