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가 28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 4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사진은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인 웨스트 사옥 전경. KT제공
케이티(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됐다. ‘셀프 연임’ 논란 끝에 사임한 구현모 대표 빈자리를 두고 전·현직 케이티 인사 4명이 경쟁을 벌이게 됐다. 정치권·관료 출신들이 배제되면서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티 대표이사 후보 인선자문단은 28일 차기 대표 면접심사 대상 후보(가나다순)로 박윤영 전 케이티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현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현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매스 총괄(사장) 등 4명을 골랐다고 밝혔다. 정치권·관료 출신들을 전부 배제하고 전·현직 케이티 인사들만 고른 게 특징이다.
윤경림 사장과 신수정 부사장 등 현직 인사들은 구현모 대표의 ‘디지코’(디지털 전환) 전략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은 통신 3사를 모두 거친 뒤 현대자동차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맡고 있다가 2021년 구 대표의 요청으로 다시 케이티로 복귀했다. 신 부사장은 메타버스 등 미래기술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티가 ‘탈 통신’ 기조로 신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메타버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업 등을 주도했다.
박윤영·임헌문 전 사장은 2019년 케이티 대표 선임 때도 도전해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인물이다. 박 전 사장은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을 통합한 기업부문장을 역임하면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에도 만장일치를 만들기 위한 재투표 없이 다수결 투표로 했다면 구현모 대표를 제쳤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임 전 사장은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아이엠시(IMC)본부장과 티앤시(T&C)운영총괄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케이티 안팎에선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정치권·관료 출신과 윤석열 대통령 측근의 인척으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배제된 것에 안심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케이티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대표가 와서 걱정했는데 통신을 잘 아는 후보들이 뽑힌 것 같아 다행이다. 새 대표가 와도 진행 중이던 디지털 전환 사업들이 무난히 잘 추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케이티 차기 대표이사 후보는, 이날 후보 4명의 명단을 받은 이사회 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지속가능한 성장과 이에스지(ESG) 경영을 주제로 프리젠테이션·면접 심사를 진행해 후보를 추가 압축해 이사회에 보고하면, 이사회가 최종 후보 한명을 골라 3월 말 열리는 정기주총에 승인 안건으로 올리는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앞서 케이티 차기 대표이사 공모에는 외부인사 16명과 내부 부사장급 이상 등 총 34명이 지원했다. 외부 지원자 중에는 정치권·관료 출신들도 많았다. 케이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차 서류심사도 끝나기 전에 일부 언론이 특정 외부인사를 유력 후보로 꼽아 보도한 게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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