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시대가 열렸다. 목소리가 민감한 생체정보에 해당되는 데다 인공지능(AI) 기술 대중화에 따라 악용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용자 쪽에서는 목소리 수집 및 폐기 절차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등 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소리 정보가 유출돼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악용되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미국 음성인식 기술 기업 ‘핀드롭’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컨택센터(고객센터)에 목소리 인증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업체는 “인공지능 기반 음성 인증 기술로 이용자 성문(지문과 같은 고유 음성 정보)를 판별하면, 추가 인증 절차 없이 개인을 인증할 수 있다”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요금제 변경 등 업무를 처리할 때, 더는 본인 인증을 위해 생년월일이나 주소 등을 읊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가입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사전에 이용하겠다고 신청하고 목소리를 등록해야 한다. 고객센터를 통해 음성 등록 과정을 거치면, 이후 고객센터를 이용할 때 별도의 본인 인증 과정 없이 바로 상담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고객센터 상담 업무의 대부분이 보인 인증을 필요로 하는 업무인데, 음성 인증 기술 도입으로 상담전화 1통당 15초 가량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출입 통제, 생체 인증 보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셋톱박스, 키오스크 등 본인 인증에 사용되는 다른 기기들로 음성 인증 기술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개인 인증을 자주 필요로 하는 보안 분야, 자동차 등 제조 분야, 홈쇼핑 등 개인화 분야 등에서 수요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어, 셋톱박스에서 부모와 자녀의 목소리를 인지해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시청 연령에 맞지 않는 콘텐츠는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음성 인식 정보가 지문·정맥·얼굴 등의 정보와 마찬가지로 민감한 생체정보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이용 전에 수집·활용·폐기 절차 등이 제대로 마련돼 적용되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출·악용될 경우 이전의 개인정보 유출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관련 업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을 통한 목소리 재현 및 본인 인증에 따른 위험성이 지적돼 왔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목소리를 통한 본인 인증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정확성이 98%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오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인증 통과 기준을 낮게 설정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오류에 따른 보안 허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런 지적에 “음성 인증 기능 이용 의사를 밝힌 고객에 한해 음성 정보를 수집하고, 고객이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음성 인증 기능을 더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등록된 음성 정보와 성문 데이터를 바로 삭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외에서는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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