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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합병증으로 생긴 족부 궤양, ‘전자반창고’로 치료한다

등록 2023-03-20 09:00수정 2023-03-20 09:13

전자반창고에 부착된 전극에서 발생한 전기장이 피부에 자극을 전달해 상처를 치유한다.
전자반창고에 부착된 전극에서 발생한 전기장이 피부에 자극을 전달해 상처를 치유한다.

약이나 주사 대신 디지털 처치로 병을 고치는 시대가 왔다. ‘디지털 치료제’도 시나브로 의료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연구와 실험도 이어진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생의학공학부 연구진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당뇨병은 2020년 국내 사망 원인 6위의 질병이다. 미국에서 1년에 당뇨병 치료에 투입되는 돈은 3270억 달러(약 430조원)에 이른다. 미국 내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은 당뇨병성 족부 궤양을 앓고 있다. 당뇨 환자가 합병증으로 발 모양이 변형되거나 궤양, 감염, 혈관 질환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거나 혈액 순환이 안 돼 발이 썩기도 한다. 심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비외상성 다리 절단의 50~70%가 족부 궤양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이 만성 상처를 전기 요법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전에도 상처 치료에 전기를 사용하긴 했지만 장비가 무척 크고 비싼데다 전문가가 직접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전문 의료 지식 없이도 집에서 필요할 때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는 전기 치료제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전자반창고’다.

전자반창고는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작고 얇은 금속 회로로 구성돼 있다. 장치 한쪽에 달린 동그란 꽃 모양 회로는 전극이다. 다른 쪽에는 전원을 공급하는 자기 유도 코일과 근거리 무선 데이터 전송 칩, 장치 작동 상태를 알려주는 작은 엘이디(LED)가 달려 있다. 두 전극에서 발생한 전기장이 피부에 전기 자극을 전달해 상처를 치유하는 원리다. 근거리 무선 통신 시스템은 내장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전달한다. 상처가 치유되면 상처 부위가 마르면서 자연스레 전기 전도성이 떨어진다. 이 전류 저항을 측정해 치료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전자반창고는 작고 유연한 금속 소재로 제작돼 피부에 붙여도 저항감이 적다. 전원 공급 장치도 필요 없다. 전기 자극이 상처 부위에 통증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완치 뒤에도 전자 장치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 상처가 치유되면 꽃 모양의 전극은 자연스레 녹아 피부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전극은 몰리브데넘을 소재로 썼다. 몰리브데넘은 금속이지만 독성이 없고 쉽게 산화되므로 식물 영양소로도 사용한다. 연구진은 얇은 몰리브데넘 소재가 치유 과정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피부에 생분해된다는 걸 발견했다.

치료 효과도 만족스러웠다. 연구진이 당뇨병 쥐를 대상으로 하루 동안 30분간 상처 부위에 전기 자극을 줬더니 회복 속도가 30% 빨라졌다. 짧은 시간에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 상처에나 전자반창고를 쓰기엔 이르다. 연구에서 효과를 확인한 건 당뇨성 족부 궤양 증세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덩치가 큰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대하는 숙제가 남았다.

상처가 치유되면 전자반창고는 자연스레 생분해된다. 완치 뒤에도 전자 장치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
상처가 치유되면 전자반창고는 자연스레 생분해된다. 완치 뒤에도 전자 장치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

피부에 부착하는 전자 회로로 질병을 치료하려는 전기생리학적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구글은 2014년 당뇨병 환자의 혈당 정보를 추적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선보였다. 2015년 미국 카오틱문은 피부에 문신처럼 그리는 전도성 잉크로 만든 ‘디지털 타투’로 사용자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자 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카이스트 연구팀이 환자 피부에 부착해 생체 전극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 문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번 전자반창고는 사용 후 제거할 필요 없이 신체에 자연스레 흡수되는 전자 치료제란 점에서 이들과 차별화된다. 연구 내용은 2월22일치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소개됐다.

이희욱 미디어랩부장 asad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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