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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헤이, 뷰로크라트’ 부르기만 해도 “한달 안에 운전면허 갱신하세요”

등록 2023-03-28 09:00수정 2023-03-28 11:17

모두를 위한 디지털 정부 현장을 가다
①종이 없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에스토니아, 정부가 AI 비서 개발 주도…민간에 개방
시민 기부 목소리로 희소 언어 제약 극복
지난 1월31일 오트 벨스베르그 에스토니아 경제소통부 최고데이터책임이 정부 서비스용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비서 ‘뷰로크라트’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탈린/정인선 기자
지난 1월31일 오트 벨스베르그 에스토니아 경제소통부 최고데이터책임이 정부 서비스용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비서 ‘뷰로크라트’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탈린/정인선 기자
에스토니아는 최근 음성명령만으로 디지털 정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 비서 플랫폼 ‘뷰로크라트’(Bürokratt)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 ‘시리’나 아마존 ‘알렉사’에 맞먹는 사용성을 구현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넷컴퍼니 등 빅테크 기업들과 협업해 정교한 모델을 개발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1월31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중심부에 위치한 경제소통부 회의실에서 만난 오이트 벨스베르그 에스토니아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디지털 정부 플랫폼을 아무리 간편하게 만든다고 해도, 휴대폰 화면을 볼 필요도 없이 음성명령이면 끝나는 데에 비할 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대신 ‘이봐 뷰로크라트, 운전면허 갱신 언제까지지?’라고 말로 묻기만 해도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접근성이 크게 올라가지 않겠어요?” 그가 되물었다.

에스토니아어로 ‘뷰로’(Büro)는 정부 조직을 뜻한다. ‘크라트’(Kratt)는 에스토니아 옛 신화에 나오는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도깨비 이름이다. 이 도깨비는 주인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하는데, 할 일이 사라지면 도리어 주인에게 위험한 일까지 찾아서 한단다. 그래서 주인은 크라트가 딴 생각 할 틈을 갖지 못하도록 계속 일거리를 줘야 한다. 크라트를 없애는 방법은 단 한가지, 수행 불가능한 작업을 맡기는 것뿐이다. 벨스베르그 책임이 또 물었다. “인공지능(AI)의 속성과 닮지 않았나요?”

에스토니아 정부는 음성인식 가상 비서 플랫폼 ‘뷰로크라트’ 개발 과정에 필요한 에스토니아어 언어 모델 고도화를 위해 다양한 지역 방언을 사용하는 시민들로부터 목소리를 기부받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에스토니아 전자정부 누리집 갈무리
에스토니아 정부는 음성인식 가상 비서 플랫폼 ‘뷰로크라트’ 개발 과정에 필요한 에스토니아어 언어 모델 고도화를 위해 다양한 지역 방언을 사용하는 시민들로부터 목소리를 기부받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에스토니아 전자정부 누리집 갈무리
지난 2월 현재 소비자보호 및 기술규제 감독국, 경찰 및 국경방위위원회, 국립도서관 등이 뷰로크라트 시범 도입을 준비 중이다. 에스토니아 시민들은 머지않아 소비자 민원 제출, 각종 인허가 신청, 신분증 재발급, 교통사고 신고, 도서 대출 등 업무를 음성비서의 도움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뷰로크라트 솔루션을 오픈소스로 개방해 민간 기업들도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직접 인공지능 비서를 개발할 여력이 없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들도 혜택을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총 4천시간 분량의 에스토니아어 발화 음성을 수집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쓰이는 방언 사용자들로부터 목소리를 기부받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민간 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도 될 텐데, 정부가 직접 나서서 모국어 언어 모델까지 개발할 필요가 있을까? 벨스베르그 책임이 또다시 되물었다. “애플 음성비서 ‘시리’가 에스토니아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 모르셨죠?” 에스토니아어 사용 인구가 워낙 적다 보니 민간 기업 입장에선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정부 주도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벨스베르그 책임은 음성 비서의 쓰임이 빛을 발하려면 시민들이 필요로 할만한 서비스를 미리 예측해 눈앞에 가져다주는 ‘찾아가는(proactive) 정부’로의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서비스 수요 분석과 집행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정책 결정 근거를 강화하고 서비스 전달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은 에스토니아뿐 아니라 덴마크, 영국 등에서도 이미 활발하다. 에스토니아의 경우, 2019년 발표한 ‘국가 인공지능 전략’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 교통경찰 인력관리, 불법 벌목 단속 등에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 기술을 시범적으로 활용해 왔다.

탈린/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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