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엔엑스씨(NXC) 본사 건물. 엔엑스씨 제공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배우자 유정현(54)씨가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넥슨 공동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이며, 무엇보다 넥슨그룹 총수로써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경영사안에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유 이사는 김정주 창업자 사망 뒤에도 엔엑스씨 감사직을 맡아왔다.
18일 엔엑스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1일자로 법인 등기부등본 사내이사 명단에 유씨를 올렸다. 엔엑스씨는 넥슨그룹의 지주회사로,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넥슨 지분 46.24%,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엔엑스씨 사내이사는 이재교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권영민 최고재무책임자(CFO), 유 이사 등 총 3명이다. 엔엑스씨는 “감사직으로는 이사회 의결권이 없어 사내이사를 맡아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다. 감사직은 다른 사람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는 배우자 고 김정주 창업자 및 서민(넥슨 전 대표)·송재경(엑스엘게임즈 대표) 등과 공동으로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지난해 2월 김 창업자가 사망한 뒤 엔엑스씨 지분은 유 이사와 두 딸이 물려받았다. 지금은 유 이사가 34%(2022년 12월 기준), 두 딸이 각각 31.46%씩을 갖고 있다. 유 이사는 주주간 계약을 통해 두 딸 지분의 의결권까지 넘겨받은 상태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넥슨을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며 김정주 창업자를 총수(동일인)로 지정한데 이어 김 창업자 사망 뒤인 지난해 4월에는 유정현 감사를 새 총수로 지정했다.
엔엑스씨는 지난달 말 주총에서 유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재교 대표이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유 이사가 지금까지 이사회 의결권이 없는 감사직을 맡아왔는데 이제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며 “공정위가 유 이사를 넥슨 총수로 지정한만큼 실질적 오너로서 역할과 책임이 주어졌다고 생각해 이사회 주요 의결사안에 대해서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쪽은 “다만, 외부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 안팎에선 유 이사가 공동창업자이자 그동안 감사직을 수행하며 인사·채용 등 회사 안살림을 도맡아 해온 만큼 창립 30주년을 앞둔 넥슨의 미래 비전을 세우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창업자의 갑작스런 사망 등 큰 변화를 겪었다. 총수가 직접 나서 안정감을 주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재교 대표는 “유 이사는 엔엑스씨 이사회에만 참여한다. 일본 넥슨과 계열사들은 여전히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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