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레인 임직원들은 위빌리키즈센터에 다니는 발달장애 아동들의 사회성 향상을 돕기 위해, 매달 넷째 주 토요일마다 자신의 자녀들과 발달장애 아동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월간키카’ 행사를 연다. 사진은 지난 4월 월간키카 행사 뒤 두브레인 임직원들과 그 자녀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두브레인 제공
“느린발달아이를 둔 부모들은 흔히 ‘수많은 버튼 중 뭘 눌러야 비행기가 날 수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조종석에 앉은 것 같다’고들 해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위빌리 키즈 센터’에서 만난 송미영 두브레인 사업담당 이사는 “병원 의사에게 진단을 받으면 처방도 따라오는 일반적인 질병과 달리, 발달장애나 발달지연은 진단과 처방이 분절돼 있다”고 말했다. “의사가 ‘행동수정 치료 2시간, 언어치료 1시간, 놀이치료 2시간 받으세요’라고 권하면서도, 부모가 ‘그래서 얼마나 호전될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확답을 못해요. 그러니 진단을 받은 뒤 실제로 어떤 치료를 받을지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모두 부모들이 지게 되는 거죠.”
최예진 대표가 서울대 경영대 재학 중이던 2016년 창업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두브레인’은, 깜깜한 블랙박스 속에 있는 듯한 ‘느린발달아이’(발달장애아동과 발달지연아동을 포괄하는 용어)를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여러 솔루션을 제공한다. 동화·게임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활용해 기초인지능력을 키우고, 여러 아이들의 학습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평가를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하는 영·유아 두뇌 발달 교육 앱 ‘두브레인’(DoBrain)이 대표적이다. 학교 근처 달동네에서 교육봉사 활동을 하던 최 대표가 저소득층 가정에 느린발달아이가 유독 많다는 문제의식을 느껴, 직접 인지치료사 자격증을 따고 피디에프(PDF) 파일 형태 교재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앱 개발과 창업으로 이어졌다.
송미영 이사 스스로도 지금은 11살이 된 딸을 키우는 과정에서 두브레인 앱의 도움을 받았다. “딸이 다른 아이들보다 말을 빨리 시작해 ‘혹시 영재 아닌가?’ 했어요. 그런데 두브레인 앱 분석 결과를 보니, 언어능력과 추론능력에 비해 수리능력은 비교적 떨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에 맞춰 교육 방향을 바꿀 수 있었죠.”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두브레인은 동화·게임 등 요소를 활용해 기초인지능력을 기르는 영·유아 두뇌 발달 교육 앱 ‘두브레인’으로 느린발달아이 조기 발견과 치료를 돕는다. 두브레인 제공
아이들이 두브레인 앱으로 학습하고 나면, 여러 아이들의 학습 데이터에 기반한 평가 결과가 대시보드 형태로 양육자에게 제공된다. 두브레인 제공
두브레인 앱은 발달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경우보다 발달 속도가 늦은, 소위 ‘경계선’에 있는 영·유아를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개입하는 데에 특히 유용하다. 국가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발달장애 또는 발달지연이 의심돼 심화 평가를 권고받는 아동 비율은 2016년 전체의 1.68%에서 2020년 2.38%로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면서 타인의 표정을 읽거나 또래와 교류하는 게 어려워진 탓에, 최근에는 이 비율이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 이사는 “유치원 등에서 선생님들이 보기에 느린발달아이로 보여 치료를 권하고 싶어도, 부모들이 ‘당신이 뭘 아느냐’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개입 시기를 놓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두브레인 앱을 이용하면 데이터에 기반해 이야기를 건넬 수 있어 현장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미국·캄보디아·인도 등에서 누적 60여만명이 두브레인 앱을 사용했다.
두브레인은 최근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아동들이 온라인 가상 공간에서 선생님·친구들과 교류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메타버스 앱의 효과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두브레인 제공
두브레인의 지적장애 아동용 디지털 인지치료 솔루션 ‘디킷’(D-kit)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디킷은 애니메이션 동화 사이사이 문제를 풀도록 해 뇌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지적장애를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다. 최근에는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아동들이 메타버스(가상현실) 공간에서 사회성을 기르도록 하는 디지털 치료제의 임상시험계획 또한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두브레인은 임상 결과에 기반해, 2024년까지 미국 식품의약청(FDA) 허가도 획득해 미국 시장 진출을 꾀할 계획이다. 송 이사는 “더 많은 느린발달아이의 치료비 경감을 도우려면, 디지털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미영 두브레인 사업담당 이사(오른쪽)가 두브레인이 최근 서울 서초구에 문 연 ‘위빌리키즈센터’에서 학부모와 상담하고 있다. 두브레인 제공
두브레인은 온·오프라인 통합 개입을 위한 신사업들도 여럿 시작했다. 느린발달아이를 둔 부모들이 참고할만 한 정보를 모아놓은 포털 ‘위키위키’, 양육자 비대면 코칭 서비스 ‘위빌리홈즈’, 행동개선 치료를 위한 오프라인 센터 ‘위빌리키즈’ 등이다. 송 이사는 “아이들이 음식을 흘리지 않고 먹는 법이나 신발을 똑바로 신고 벗는 법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부모로부터 직접 배울 때 효과도 크고 부모의 양육 효능감도 커진다”고, 오프라인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이유를 설명했다.
최예진 대표는 “고개를 들면 어디서나 보이는 달과 같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달나라 병원’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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