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많이 사용하는 업무가 외로움을 증가시켜, 불면증이나 퇴근 후 음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미국 조지아대 포크 만 탕 교수팀이 미국 심리학회 학술지 <응용 심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기고한 논문을 보면, 인공지능 시스템과 상호작용이 잦은 직원은 불면증과 퇴근 후 음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외로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탕 교수는 “미국,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실시한 4가지 실험에서 이런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며 “이는 인공지능이 많은 이점이 있지만, 직원에게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줄 위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연구팀은 대만에선, 한 바이오의학 회사의 인공지능 시스템 사용 엔지니어 166명에게 3주 동안 외로움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는 동시에, 동료들에게는 설문 참가자의 행동을 평가하게 하고, 가족에게는 참가자의 불면증이나 퇴근 후 음주 행태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인공지능 시스템과 상호작용 빈도가 많은 직원일수록 외로움, 불면증, 퇴근 후 음주 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참가자들은 동료 직원을 더 많이 도와주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로움 해소 방안으로 동료 돕기에 나선 모습이다.
인도네시아에선, 한 부동산 관리회사 컨설턴트 136명 중 절반에게 3일 연속으로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용하지 말도록 하고, 나머지 절반에겐 가능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많이 사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많이 사용한 그룹은 대만 참가자들과 유사한 생활 및 행동 변화를 보였다. 다만, 인도네시아에선 인공지능 사용 빈도와 퇴근 후 음주 간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정규직 성인 21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실험과 말레이시아의 한 기술회사 직원 29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또한 사회적 관계에 대해 불안해하는 등 애착 불안 성향이 큰 참가자일수록 인공지능 사용 빈도와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 같은 긍정적 반응, 외로움·불면증 같은 부정적 반응 간 연관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탕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업무가 격리되면 개인 생활에 해로운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스템을 자주 사용하는 직원이 동료 직원을 도울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외로움과 사회적 접촉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연구팀은 “다만, 이반 연구 결과는 인공지능 시스템 작업과 외로움 등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일뿐, 이들 사이에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탕 교수는 “앞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에 사람 목소리 같은 소셜 기능을 탑재해 사람과 같은 상호작용을 모방하거나 고용주가 인공지능 시스템 작업 빈도를 제한하고 직원들에게 사교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은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마음 챙김 프로그램 등도 외로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은 앞으로 계속 확장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에 대해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